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5.23 17:01
먼 하늘에 벼락이 치는 모습이다. 그 뒤를 따르는 게 천둥소리다. 한자 낱말 뇌동(雷同)은 천둥소리에 이은 땅과 사물의 울림 등을 지칭한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말 우리가 자주 쓴다. 남의 입장이나 의견에 빌붙어(附) 그에 따르기(和) 일색이고, 우레(雷) 울릴 때 함께 같은(同) 소리를 낸다는 뜻의 성어다. 제 주견(主見)은 온 데 간 데 없이 남의 뜻만을 그저 좇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이런 풀이가 일반적이다. 오래 전에 등장한 말이다. 우선 <예기(禮記)>에 나온다. 윗사람을 상대하는 아랫사람의 자세를 일컫는 대목이다. 두 가지를 경계한다. “남의 말 그저 옮기지 말고, 제 소견 없이 남의 말에 고개만 주억거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원문은 “毋剿說, 毋雷同(무초설, 무뇌동)”이다. 여기서 剿(초)는 ‘베끼다’라는 뜻이다.

윗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는데, 이를 근거로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윗분의 의견을 경청하되 제 소견머리 없이 그저 “예, 예”만 한다면 오히려 예절에 어긋난다고 본 셈이다.

한(漢)나라 때 학자 정현(鄭玄)은 그 다음에 등장하는 雷同(뇌동)이라는 단어를 두고 “우레가 울릴 때 사물이 그와 같은 울림으로 받는 상황”이라고 풀었다. 그런 초기 해석에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뇌동(雷同)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줄곧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인 셈이다.

그러나 다른 뜻풀이도 있다. 앞의 글자 雷(뢰)에는 이견(異見)이 없다. 다음 글자인 同(동)이 문제다. 정현(鄭玄)의 해석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 고대의 문헌 자료 등에 따르면 이 同(동)이라는 글자는 ‘같다’라는 새김과 함께 땅의 면적을 지칭하는 ‘단위’로도 썼다고 한다. 동서남북 사방(四方)으로 100리(里) 안에 해당하는 면적의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황제(皇帝)에 해당하는 천자(天子)의 도성 중심으로부터 1000리(里)에 이르는 땅을 圻(기), 그 아래 제후(諸侯)의 도성 중심 주변 100리(里)를 同(동)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풀이는 앞의 뇌동(雷同)과는 조금 다르다.

소금을 전매(專賣)함으로써 지방의 재정을 키우자는 황제의 뜻에 반대하며 논리를 펼쳤던 주휘(朱暉)라는 동한(東漢) 시대 관료의 주장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順旨雷同(순지뇌동)’이라는 말을 썼는데, 뇌동(雷同)에 대한 뜻풀이는 “우레가 울릴 때 100리까지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同(동)을 제후의 도성 밖 사방 100리를 가리키는 글자로 푼 셈이다. 그러나 어쨌든 뇌동(雷同)은 좋은 뜻의 단어가 아니다.

우리사회를 간혹 휩쓰는 포퓰리즘의 특징 중 하나가 이런 부화뇌동이다. 뻔히 보이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감성적 욕구에 부응해 제 의견 등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제 아무리 대중의 일반적인 욕구라고 해도 나라와 사회의 전체적인 운영을 따지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회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쉽게 부화뇌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응성충(應聲蟲)이라고도 부른다. 사람 목구멍에 기생하면서 그의 목소리만을 흉내 내는 상상의 존재다. 부화뇌동의 극치를 보이는 가상(假想)의 미물(微物)인 셈인데, 우리사회의 지도층에 그런 미물이 얼마인지 잘 살필 일이다.

 

<한자 풀이>

雷 (우레 뇌, 우레 뢰): 우레, 천둥. 큰소리의 형용. 사나운 모양의 비유. 위엄 있는 모양. 빠른 모양. 성 위에서 굴리는 돌(무기). (북을)치다. (돌을)내리 굴리다.

剿 (끊을 초): 끊다. 죽이다. 노략질하다. 겁탈하다. 괴로워하다. 괴롭히다. 날래다. 노곤하다. 베끼다, 표절하다.

圻 (경기 기, 지경 은): 경기(京畿: 왕도 주위 500리 이내의 땅). 경계, 지경(땅의 가장자리). 영토. 서울. 문지방, 문 안. 들, 논밭으로 이루어진 들. 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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