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5.24 12:08

금융당국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전에 법적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보험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자살 보험금’이 보험업계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성급한 의견을 내놓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23일 생명보험회사에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자살보험금 2003억원(지연이자 포함)을 보험수익자 2300여명에게 모두 지급하라고 생명보험회사에 권고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가 2010년 이전에 판매한 재해특약 약관을 검토한결과,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대법원 판결도 안나왔는데"

보험사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는 법적인 판결이 있어야 가능한 문제“라며 ”보험업계의 수익보호 차원으로 몰고가는 여론전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르다 법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금감원의 권고대로 소멸 시효가 지난 계약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면 주주들이 '배임 행위'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보험사에 따라 지급하고 안 하고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당장에 어떻게 할지 회사별로 고민이 깊다"며 "추가적인 요청이나 내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미리 지급했다가 나중에 안 줘도 되는 상황이 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보험업계 반발은 적반하장 논리" 

반면 보험 소비자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 소비자단체는 보험사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소멸 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 보험사가 이제는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보험사가 소비자를 속인 사기'임에도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사들은 이번달까지 자살보험금 지급 이행 계획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 가운데 대법원 판결까지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다 생명보험이 자살 부추기는 건 아닐지"

이날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이 2012~2014년 3년간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망자들을 사인별·성별·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총 사망자 17만7706명 가운데 자살에 의한 사망은 4.2%인 7490명이었다.

자살 사망자는 2012년 2501명(4.4%), 2013년 2579명(4.5%). 2014년 2410명(3.8%)이었다.

생명보험 가입자 중 매년 2000명대 중반의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고 전체 사망자 중 4%대라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생보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면서도 "자살을 하면 다른 상품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게 되는 셈인데, 자칫 자살을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표해 왔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해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자살이 더 늘어난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미 사망원인 중 자살의 비중이 큰 만큼, 사회적으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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