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8.12 16:30

"정부에 법안 통과 '의도와 속마음' 따라달라는 건 상식·법에 맞지 않아" 역공
박홍근 "한동훈, 헌정질서 유린"…박범계 "제 식구 감싸기·전 정권 털기 위한 개정"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법무부에서 열린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법TV' 캡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법무부에서 열린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법TV'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법무부가 지난 11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이어 12일에는 이에 대해 보충 설명을 내놓았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1차 발표에 따른 민주당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날 보충 설명을 통해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의 논리적 타당성과 입법의 정당성을 확고히 세우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한 장관은 이날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등을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출입기자단에게 '수사 개시 규정 개정안(시행령) 관련 법무부 장관 추가 설명'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 같이 밝혔다.

한 장관은 민주당에서 '국회 무시'라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을 가했다. 그는 "정부는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행 기준을 자의적이지 않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시행령을 개정해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의 문언이 법률 해석의 원칙적인 기준임은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야당은)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확히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 범죄'라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인데 어떻게 국회 무시인가. 정부는 국회를 무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피력했다.

검수완박법 중 하나인 개정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돼 있다. 여기에서 '부패 범죄, 경제 범죄'는 법률이 제시한 예시이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부분은 법률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 장관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문맥상 한 장관처럼 해석하는 게 보편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뿐만 아니다. 한 장관은 또 "다수의 힘으로 헌법상 절차 무시하고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 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께서 생생히 보셔서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개정 법률은 그런 '의도와 속마음'조차 관철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국회에서 만든 법에 정한 대로 시행령을 만든 것일 뿐"이라며 "정부의 기준은 중요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서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 '의도와 속마음'이 '국민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라'는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므로, 정부에게 법문을 무시하면서 그 '의도와 속마음'을 따라달라는 것은 상식에도 법에도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범죄 대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오히려 직무 유기"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소위 검수완박 법률은 법률 자체로 개정 절차와 내용에 있어 위헌성이 크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전까지는 법률 시행에 대비해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범죄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장관은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논리가 옳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9월 10일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미 수사가 개시된 특정 정치인 관련 사건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전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 중인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의혹', '특정 정치인 관련 사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시행령과 관련해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부르시면 언제든 나가 국민들께 성실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무고 수사를 도대체 왜 (검찰이)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대통령령 개정안 추진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동훈의 기고만장한 폭주가 끝을 모르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항해)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한동훈의 연이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는 반드시 윤석열 정부와 본인의 앞날에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범계·김의겸·기동민·김남국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이 '검찰 기득권 지키기'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한 국회의 입법적 노력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청법 개정안의 취지는 깡그리 무시한 채 보란 듯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늘리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는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한 장관의 행보는 '소통령', '왕장관'을 뛰어넘는 권력의 전횡을 보여준다.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장본인은 한 장관"이라고 날을 세웠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한동훈은 전공이 법이 아닌 정쟁 유발인 것 같다. 오늘부터 정쟁 유발자로 분류하겠다"며 "제발 법무부 장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맹공을 가했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도 "무슨 부패 대응 역량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하려 하겠는가. 제 식구 감싸기나 전 정권 털기를 위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이 사안은 경찰 권한 침해 소지가 있다"며 "당의 총의를 모아 차근차근 법적 검토를 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향후 민주당은 법사위원 및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응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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