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25 14:21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도 방문을 시작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만에 추진된 방한으로 잠시 일본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6일간 일정 대부분을 국내에 머문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오후 6시30분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주최로 열리는 제주포럼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여권내 중진과의 조우가 성사돼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어 다음날 오전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을 갖고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그리고 일본으로 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다음날인 27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반 총장은 유엔 NGO 콘퍼런스,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안동 하회마을 방문 등의 일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일정은 안동 방문으로 여권의 핵심 정치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의 방한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 총장의 방한에 여권은 한층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김문수 등 유력한 대선잠룡들이 4월 총선에서 낙선함에 따라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여론도 깔려있다. 이미 친박계 주요 인사들은 반기문 대권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야권은 반 총장의 방한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자칫 반 총장의 6일간 일정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의 대권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하나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직후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유엔 결의안을 반 총장이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반기문 친박 옹립설’이 기정 사실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이번 방한 일정 중에 대권 도전을 포함한 어떠한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가량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혼란한 정치권 구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굳이 조기에 정치적 야망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정치권에 여운을 남기는 정도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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