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25 15:32

鄭의장, 국정감사 폐지도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

[뉴스웍스=윤주진기자]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치권의 분열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과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법이 지극히 상식적인 입법이라며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 내 일부, 그리고 시민사회와 재계 등에서는 상시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게 될 경우 “365일 청문회” 정국이 우려된다며 거부권 행사 또는 자동 폐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의화 의장이 이른바 ‘국정감사 폐지론’ 카드를 들고 나왔다. 상시 청문회가 가능하게 될 경우 국회에 의한 행정부 감시·견제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굳이 9월 정기국회에 맞춰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실제 국정감사 시즌만 오면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가 마비되고 국회의원들의 ‘호통 치기’나 무분별한 증인 소환 등으로 갈등이 재반복된다는 비판도 있어, 국정감사 폐지에 대한 공감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정감사 제도가 전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고유한 제도라는 점도 국감 폐지론에 힘을 실어준다. 장만희 동아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지난 2009년 낸 논문 ‘국정감사제도의 재검토’에 따르면 “국회의 본래적 권한인 입법권과 재정권 등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보조적 권한으로서 당연히 인정되는 국정조사권과 별도로 국정전반에 걸친 정례적인 국정감사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은 외국의 경우에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에 특수한 제도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우리의 국정감사 제도도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최초 제헌헌법에서는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는 별도의 표현으로 헌법에 의해 마련되긴 했지만 그 제도의 내용과 특성에는 별다른 구분이 없어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지난 1972년 헌법에 의해 국정조사와 감사가 모두 폐지됐다가 1980년 국정조사권이 다시 헌법에 의해 재탄생했고, 현행 헌법인 1987년 당시 국정감사도 함께 헌법에 의해 근거가 마련됐다. 

한편 또 다시 국정감사 폐지론이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는 국정감사 제도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에 일괄적으로 실시되는 국정감사가 의회의 행정부 견제·감시의 본래 기능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실적 과시와 이름 알리기를 위한 경쟁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이후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연 한 토론회에서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저질·부실국감, 무차별 증인 호출이 생기는 요인은 기간의 한정, 증인 참고인 감정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의 남용에 있으며 또 다른 이유는 국회의원이 특별한 언동으로 언론에 보도돼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그들이 가진 면책특권으로 국회 내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정감사 폐해가 반복되는 이유를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국정감사 폐지론을 들고 나온 정의화 국회의장의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의장은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 퇴임 기자회견에서 "그간 국회가 인사청문회나 국감에서 보여준 여러 부적절 행태, 막말이나, 증인들 많이 모셔두고 제대로 질문하지 않는 경우, 장·차관을 닥달하는 이런 것들로 인해 이번에도 그런 것을 걱정하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이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국정감사 폐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리 헌법이 의미하는 국정감사는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국정조사와 별도로 분리된 개념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국정감사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물론, 행정부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서 일괄적인 국정감사 제도를 유지하되 그 부작용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야권이 국정감사를 양보할 가능성 또한 적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올해 국정감사는 물론 내년 대선 직전에 있을 국정감사가 여권의 실정(失政)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카드로 국정감사 폐지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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