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5.26 14:31
수컷 하나가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습성을 지닌 고릴라의 모습이다. 둘의 고환 크기도 그런 습성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후궁들로 가득한 목욕탕 할렘은 뭇 남성의 꿈이다. 할렘이라는 말과 풍습은 처를 넷까지 허용하는 이슬람 지역에서 나왔다. 우리는 일부일처제이기에 할렘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이룰 수 없는 달콤한 꿈이기에 슬프다. 그렇다면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삼처사첩(三妻四妾)의 꿈을 꿀 수는 없는가? 법이나 도덕으로는 불가하지만 달리 머리를 굴려 볼 만하다.

새 천년 벽두에 모든 사람의 공통조상을 찾는 ‘유전적 아담과 이브 프로젝트’가 있었다. 남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Y염색체다. 이 염색체가 여자의 몸에 들어가면 남자로 변한다. 남자의 몸에만 발견되기에 ‘마초’다.

이것의 공통점과 변화를 추적해가면 최초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담 프로젝트가 밝혀낸 인류의 아버지는 약 11만~14만년쯤 전에 동아프리카에 살았을 한 분이셨다. 수많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가혹한 환경과 경쟁 속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한 능력자다.

고환에서 성적인 특성과 경쟁 및 공격성을 결정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따라서 일부일처를 하는 고릴라와 일부다처의 침팬지는 고환의 크기가 현격하게 다르다. 일부다처이기에 침팬지의 고환은 고릴라에 비해 월등히 크다.

직립의 영향으로 인간 남자의 음경은 비할 바 없이 크지만 고환은 고릴라와 침팬지 사이다. 우리 인류의 친척들로 짐작컨대 중간 사이즈 고환의 남자에게 적합한 결혼은 일부일처와 일부다처의 혼용이다. 생리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아마도 동아프리카에 살던 조상도 일부일처와 일부다처를 동시에 하는 가족형태였을 것이다. 인류는 침팬지나 사자같이 승자독식의 체제를 이룰 수 없기에 모든 여자를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 여자는 특이하다.

1년에 한두 번의 정기적인 발정기 없이 일 년 내내 생리를 반복하고 한 집단 안의 여자들은 동시적으로 멘스를 한다. 배란기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간 남자는 사자같이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그 짓을 할 수도 없다. 따라 공동체의 모든 여자를 한 남자가 임신시키기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사항으로 인간에게 일부다처가 쉽지 않은 것은 남녀의 성비 때문이다. 누군가 넷 이상을 차지하면 다른 셋이나 그 이상은 솔로다. 옛날같이 남자 사망률이 높았다면 어떻게 해서도 성비가 맞춰지겠지만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일부다처는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민주국가에서 솔로부대가 강력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할렘은 돌로 쳐 죽일 일이다.

다들 하나나 둘만 낳는다. 이런 시대에는 사실상 일부다처가 유전적으로 유리하다. 평준화의 영향인지 이 남자나 저 남자나 능력이나 유전이나 고만고만한 상황이다. 그래도 나름 우월한 존재들이 있다. 환란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평소에 인류 공통의 조상 같은 우월한 존재들이 많은 처첩을 거느려 자손을 많이 남겨준다면 인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일부다처의 할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고릴라와 침팬지의 중간이다. 즉 남자란 생리적으로 정숙하면서도 음탕하다는 말이다. 법적으로는 일부일처면서 뒤로는 기웃거려 씨를 뿌리거나, 뻐꾸기의 다른 새 둥지에 알 낳기 전략을 구사한다.

법적이나 도덕적으로 불가능한 일부다처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일부일처인 체하면서 뒤로는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껄떡거리면서 호박씨 깐다. 그래서인지 현재 유럽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약 15%정도의 생부가 다르다고 한다.

인류애라 할까? 만일 자신의 능력이나 신체 그리고 유전자가 월등하다고 생각한다면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언젠 닥칠지 모를 재앙에 대비하는 우환(憂患)의식을 가지고 충실하게 유전자를 퍼트리다보면 언젠가 모든 신인류의 조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담. 모든 인류의 아버지. 영광스러운 이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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