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0.03 12:20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생활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br>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생활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서면 조사를 통보받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하며 불쾌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며, 이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감사원에서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조사를 요청했다”며 “지난달 30일 비서실에서 감사원의 메일을 반송시켰다"고 설명했다. 반송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에 감사원의 권한이 아닌 것이라 거절한 것으로 회신을 보내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며 "반송은 수령 거부의 뜻임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평산마을 비서실 측은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30일 보고한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조사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퇴임한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해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믿기 힘든 보도를 접했다. 온갖 국가 사정기관이 충성 경쟁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다"며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치 보복에 쏟아붓는 사이 민생은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권력 남용 끝에는 언제나 냉혹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렸던 역사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지금은 정치 보복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민생경제, 외교와 평화에 힘을 쏟을 때"라며 "국민 앞에 겸허해지시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 조사에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한편 감사원은 야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전직 대통령들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보낸 과거 사례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3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각각 질문서를 보낸 바 있다"며 "이들 전직 대통령은 질문서를 수령·답변해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서 송부는 거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두 전직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했다"며 "이에 감사원은 기존에 확보한 자료를 통해 감사 결과를 정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해당 사건의 실지감사를 오는 14일 종료할 예정이라면서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실지감사 종료 시점에 수사를 요청하고, 그 내용을 간결하게 국민들께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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