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5.27 14:03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초 거부권 행사부터 '미공표'를 통한 자동폐기, 20대 국회 등원 후 개정 시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한발자국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라는 의견이 다수여서 박 대통령이 이번 만큼은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거부권 행사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조해 더 거세게 정부를 몰아칠 것으로 예상 돼 정면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결코 '레임덕(권력누수)'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의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국회법 개정안 통과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접 법안 발의 및 상정과 이른바 '비박계' 의원들의 이탈표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즉각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찬성한다며 20대 국회에서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에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볼 수 있고 그간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친박계와 정면 충돌했던 것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도 읽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야권'이라는 범주로 묶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4월 총선에서 제3당 입지를 굳건히 한 국민의당은 그 동안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제3의 지대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한층 가까운 정치적 위치를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여야 양강 구도로 굳혀져가는 모양새다. 이 같이 국민의당을 더민주와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은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유리한 포석이라는 것이 여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거부권 행사에 따른 박 대통령의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기는 복잡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야권에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당분간 협치보다는 여야 대결구도의 국회가 될 것으로 보이고, 6월 등원 직후 산적해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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