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5.31 18:05
경복궁 북문인 숙정문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휘장에는 봉황이 등장한다. 상서로우면서 고귀함을 의미한다.

천안의 동남쪽 시가지에 있는 지역, 그리고 아울러 역명이다. 현재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초반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처음 등장했다는 설명이 있다. 주변에 봉황새가 살고 있다는 뜻의 봉서산(鳳棲山)에서 이름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鳳鳴(봉명)이라는 한자 이름의 앞 글자 鳳(봉)은 위에서 소개한 대로 봉황(鳳凰)을 일컫는다. 둘 다 신화와 전설 등에 등장하는 새다. 실재하지는 않으니 그 진짜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상 속의 그 새 모습을 확인하려면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보면 좋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의 모습이 항상 벽면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鳳凰(봉황)은 모든 날짐승의 으뜸이다. 가장 고귀하며, 따라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새다. 鳳(봉)은 수컷, 凰(황)은 암컷이며 보통은 둘이 짝을 이룬다. 영어로는 대개 불사조(不死鳥)인 phoenix로 번역을 한다. 고귀함, 상서로움, 나아가 성인(聖人)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인간세상의 가장 높은 권력자인 황제와 임금 등을 의미한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 밑에서 크게 활약했던 인물이 방통(龐統)이다. 제갈량(諸葛亮)과 함께 유비를 크게 도왔던 사람이다. 그를 흔히 봉추(鳳雛)라고 부른다. 봉황의 새끼라는 뜻이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인물을 가리키는 단어다.

최고의 권력자를 상징하는 또 다른 한자가 용(龍)이다. 따라서 이 용과 봉황이 합쳐지면 龍鳳(용봉)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성어 형태로 나타난다. 용과 봉황이 상서로움을 드러낸다는 뜻의 龍鳳呈祥(용봉정상)이다. 우리의 쓰임새는 거의 없으나 중국에서는 기쁜 일을 맞이했을 때 자주 쓴다.

그러나 우리 쓰임의 龍鳳(용봉)은 조금 우습다. 어른들이 자주 먹는 ‘용봉탕’이라는 음식 때문이다. 한자로 龍鳳湯(용봉탕)이라고 적는데, 실재하지 않는 龍鳳(용봉)을 어떻게 탕으로 끓일까. 실제 모습은 뱀과 닭으로 끓인 탕이다. 뱀으로는 용, 닭으로는 봉황을 연출한 음식이다. 뱀과 닭으로 龍鳳(용봉)을 꾸몄으니 그 이름의 인플레이션이 아주 대단하고 대담하다.

봉조(鳳藻)라는 단어도 있다. 여기서 藻(조)는 우선 바다나 강 등 물가에서 자라는 수초(水草)를 가리키지만, 후에 문장 등을 꾸미는 장식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봉황을 닮은 문장 수식(修飾)이다. 즉 무척이나 화려한 문장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단어다.

봉의 깃털은 어떨까. 이 단어가 봉모(鳳毛)다. 아주 고귀한 새의 깃털이니 비싸거나 귀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봉황이나 용처럼 상서로운 동물이 기린(麒麟)이다. 그 기린이 남긴 뿔도 대단하겠다. 그래서 이 둘은 곧잘 합쳐진다. 봉모린각(鳳毛麟角)으로 말이다. ‘아주 비싸고 귀한 것’을 가리키는 성어다.

鳳鳴(봉명)의 역명을 연상토록 하는 성어가 오봉지명(梧鳳之鳴)이다. 梧(오)는 오동나무다. 앞의 오류역을 지날 때 이미 설명했다. 과거 동양의 농촌에서 꼭 키웠던 목재로서 말이다. 그래서 이 나무는 물산의 풍족함을 뜻한다. 뒤의 鳳之鳴(봉지명)은 전란과 재난이 없는 태평성세의 상서로운 봉황의 울음소리를 가리킨다. 물산이 넉넉하고 안정적인 시절을 가리키는 성어다.

그나저나 우리의 봉황새 인식도 마냥 좋다. 이 봉황 한 마리 손에 넣으면 아주 좋단다. 그래서 “봉(鳳) 잡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는데, 고귀함과 상서로움을 뜻하는 봉황새를 꼭 손에 넣어야 좋을까. 말이 그렇다는 것뿐이겠지…. 행운과 복이 가끔이라도 고단한 삶 자리에 찾아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 말이겠지….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