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6.02 18:03
갈매기 두 마리가 마치 쌍둥이처럼 보인다. 둘이 짝을 이룬 경우를 한자로는 雙(쌍)이라고 적는다. 이에 따라 붙는 낱말들도 제법 많다.

천안에서 인구가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초인 1914년 미라(彌羅), 쌍정(雙井), 용암(龍巖)의 세 마을을 합치면서 쌍정과 용암의 마을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雙龍은 사실 발음 표기 원칙에 따라 적으면 ‘쌍룡’이 맞다. 그러나 원래 합쳐지기 전의 두 마을 이름을 살리기 위해 이를 ‘쌍용’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한자 ‘雙(쌍)’은 두 개체가 짝을 이룬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무쌍(無雙)이라는 말은 ‘짝을 이룰 수 없는 것’ ‘독보적인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우리식으로 발전한 게 용감무쌍(勇敢無雙), 천하무쌍(天下無雙) 등이다. 용감하기 짝이 없는 게 앞의 뜻, 세계에서 최고라는 게 뒤의 뜻이다.

결혼과 회갑, 돌잔치 등을 맞을 때 예전에 벽면을 자주 장식했던 글자가 있다. 희(囍)라는 글자다. 요즘도 조선 궁궐의 가로등에서 이 글자를 잘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기쁘다는 뜻의 희(喜)라는 글자가 두 개 겹쳤다. 그래서 쌍희(雙喜)다. ‘거듭 그런 기쁨이 문에 이른다’는 뜻의 성어가 雙喜臨門(쌍희림문)이다.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성어다.

쌍동(雙童)은 한 태에서 둘이 함께 나온 아이다. 즉 쌍둥이다. 쌍관(雙關)은 한시(漢詩)를 지을 때 서로 상대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아래 위의 구절에 서로 조응토록 하면서 짓는 문장 작성 방식이다. 쌍관법(雙關法)이라고도 부른다. 쌍전(雙全)이라는 말은 두 가지를 다 갖춘다는 뜻이다. 문무쌍전(文武雙全)은 문인과 무인의 기질을 고루 갖춘 사람을 이를 때 쓰는 성어다. 지혜와 용기를 모두 갖췄으면 지용쌍전(智勇雙全), 재주와 용모를 두루 지녔으면 재모쌍전(才貌雙全)이다.

쌍모(雙眸)는 두 눈동자(眸)를 뜻한다. 이와 비슷하게 적지만 다른 뜻을 지닌 단어가 있다. 쌍동(雙瞳) 또는 중동(重瞳)이다. 雙(쌍)과 重(중)은 여기서 ‘둘’ 또는 ‘겹침’이다. 뒤에 붙은 글자 瞳(동)은 眸(모)와 같은 ‘눈동자’의 뜻이다. 雙瞳(쌍동)과 重瞳(중동)은 따라서 눈동자가 두 개 겹쳐 있는 사람의 모습을 가리킨다.

일종의 기형(畸形)인데, 현대 의학의 진단으로는 백내장 등으로 인한 병증(病症)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역사서에는 이 雙瞳(쌍동)과 重瞳(중동)을 지닌 인물이 곧잘 등장한다. 전설시대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순(舜)이라는 임금이 양쪽 눈동자가 모두 겹쳤고, 유방(劉邦)과 천하의 패권을 두고 다투다가 패한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가 그랬다고 한다.

이들 말고 공자(孔子)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안회(顔回), 서한(西漢)을 무너뜨리고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 후당(後唐)이라는 왕조를 패망으로 이끌었으나 역대 왕조의 권력자 출신 중 최고의 문학적 능력을 선보였던 이욱(李煜),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반까지 활동했던 유명한 학자이자 사상가인 고염무(顧炎武) 등도 모두 겹눈동자를 지닌 인물이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에 따라 평범하지 않은 재주를 지닌 사람에게서 겹눈동자가 나타난다는 설이 존재했으나,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던 역사 속 인물이 정상적인 눈동자로 태어나 활동했다는 점만을 이야기하고 그냥 무시하자.

雙(쌍)에 관해서 덧붙일 성어는 雙管齊下(쌍관제하)다. 여기서 雙管(쌍관)은 붓 두 자루를 가리킨다. 제하(齊下)는 ‘동시(齊)에 내리다(下)’는 뜻이다. 당(唐)나라 때 유명한 화가 장찬(張璨)이 소나무를 그릴 때 왼손과 오른손으로 붓자루 둘을 잡은 뒤 한쪽은 새로 솟아나는 가지, 다른 한쪽은 마른 나무 가지를 동시에 그렸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꺼번에 여럿을 해결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모략(謀略)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이는데, 한 군데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겨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럴 능력만 있으면 이는 얼마든지 좋은 얘기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에는 꾸준하게 한 곳에 매진하는 게 좋다. 이리저리 한눈 팔지 말고 꿋꿋하게 먼 길을 걸어야 하는 게 인생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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