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6.06 09:00
일본 도쿄에 있는 도레이 본사(왼쪽) <사진=일본 도레이 홈페이지>

[뉴스웍스=한동수기자]  #1. 공급자가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수요자는 제품을 보고 필요하면 선택, 구매한다. (생산 소비 방식)

#2. 수요자는 공급자에게 주문을 한다. 공급자는 구성된 제품내에서 응용하고 수요자의 편의에 맞춰 가공 생산한다. 다만 공급자가 생산해 온 범위내에서만 수요자의 의견이 반영된다. 수요자는 필요한 제품을 구매한다. (수요자 맞춤형 생산 방식)

#3. 공급자들끼리 수요자의 필요에 맞춰 전문 분야를 나눠 공동 개발한다. 자본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공급자간 경쟁관계가 전략적 제휴관계로 바뀐다. (협업방식)

#4. 수요자는 공급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공급자는 기존 기술로 할 수없다고 반응하지 않고 함께 고민한다. 이 부분이 기존의 수요자 맞춤형 생산방식과 다른 점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낸다. (협창 방식)

수요자와 공급자간 기술 개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제품을 함께 창조하는 협창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욕구가 일본 산업계에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일본의 도레이를 꼽을 수 있다. 도레이의 성공은 산업계에 협창의 성공방정식을 해설해 주고 있다.

도레이는 섬유에서 출발,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소재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 회사가 최근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협창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신규 고객 개척을 위해 고객과 공동 개발로 이노베이션 효과를 확보한 것이다.

도레이는 우선 고객과 공동개발을 위해 기존 조직과 별도로 이노베이션센터를 두고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기존 조직에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다보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되는일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의 저자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도레이는 복수의 조직이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거래기업 고객과 협업해 소재 뿐만아니라 부품, 모듈 등에 대한 고객사의 문제 혹은 해결 목표에 대한 최종 솔루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경우 도레이는 자동차 센터에서 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 부터 스펙을 검토하여 고객의 니즈에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도레이는 자동차 센터를 통해 고객과 목표를 공유하고 도레이의 재료‧기술‧서비스‧네트워크를 동원하면서 서비스 융합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협창의 개념은 제품을 고객에 니즈에 맞춰 생산하는 단계를 벗어난 것이다.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고객과 생산될 제품의 목표를 공유하고 기업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데 지향점이 있다.

-도레이의 고객과 협창(協創)이노베이션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이렇게 개발된 신제품은 새로운 시장 개척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신수종 사업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다. 오히려 기존 산업의 역량을 결집시켜 새롭게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추가, 신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도레이는 현재 비행기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부문에서 지난해말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했다. 이 부문 2위(일본 데이진 점유율 12%)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2.7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레이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말까지 3년간 총 1800억엔(약 2조원) 규모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상은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고객과 협창을 통한 연구개발에 사용된다. 옷감을 만들던 기업에서 세계 제1의 고기능 섬유 기업으로 탈바꿈한 도레이의 뒤에는 고객이라는 엄청난 연구원 집단이 있었다.

이 연구원은 “최근 국내에선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 도레이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 협창 이노베이션 등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에 세계 제1의 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도 있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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