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6.08 15:04

[뉴스웍스=한동수기자] 한국은행이 조선과 해운업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자금지원을 위해 10조원을 찍어낸다.

더불어 자산관리공사(캠코)가 1조원을 마련하고 정부는 내년 예산 중 1조원을 먼저 가져다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때문이다.

결국 총선이전 새누리당이 주장해 온 양적완화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은행은 10조원 규모의 발권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자본확충펀드 기본구조
 

한국은행 발권 왜 논란의 대상인가

한국은행은 산하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발권을 의결할 수 있는 중앙은행이다. 한국은행이 요구하면 한국조폐공사는 화폐를 찍어낸다. 돈이 필요한 곳에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 채워준다면 기업 부도나 파산같은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돈의 가치가 문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할 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부동산가격이나 물가가 오를 수 있다. 자산가들이나 부유층에게는 좋을 일이 될 수 있지만 중산층이하나 집 없는 사람들에게 물가 상승은 악몽이 된다.

조선과 해운업 부실의 근본 원인 중 해당 기업들이 자초한 부분도 하나 둘씩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유화 내지 사회적 책임으로 둔갑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게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에 대한 비판적 논리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발권이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경우,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명확한 원칙없이 경우에 따라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이 이뤄진다면 한국은행의 공신력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추진
 

<자료제공=하이투자증권>

회수 방안은 확실치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에 조성되는 자본확충펀드 11조원과 정부의 현물출자분 1조원을 합친 총 12조원은 2017년까지 조선과 해운업의 정상화를 통해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만약을 위해 한국은행 대출분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기로 했다.

만약 회수가 안될 경우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회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대책은 없다.

광의적으로 보면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과 같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의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정부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7일 "1980년대 개발연도에 한은에서 무조건 발권해 그걸로 부실기업(의 손실)을 메워 나가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악몽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바 있다.

유 부총리는 8일 자본확충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펀드를 조성해 금융시장의 안전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한만큼 지원을 받은 기업들도 뼈를 깎는 수준의 자구방안을 실천해야 한다”며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이 막아주는 형태의 구조조정 방안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퍼주기식 무제한 지원은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부실기업 정상화와 국책은행 안정을 위해 지원할 예정이지만,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원칙대로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분명한 것은 자구노력과 절차상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으로, 절차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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