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6.13 16:09
2016년 6월 남산 산책길에 활짝 피어난 접시꽃의 모습이다. 꽃이 때를 맞아 활짝 봉오리를 피우듯이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는 현상을 보통은 창성(昌盛)이라는 한자어로 표현한다. 1호선 끝 신창역은 그런 맥락의 이름이다.

백제 때는 굴직(屈直), 신라 경덕왕 때는 기량(祈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탕정(湯井)으로 불렸던 지금의 아산에 늘 들어 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고려 태조 왕건 때에 이르러서는 천안(天安)에 속했다고 한다.

조선 태종 때 온수(溫水)로 불렸던 지금의 아산과 합쳐져 온창(溫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가 결국은 다시 나눠진 뒤 지금의 이름 신창(新昌)을 얻었다고 한다. 1917년 장항선이 개통되면서 면 소재지로 발전해 자리를 굳힌 모양이다.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이 발달해 있고 다시 그 아산만으로부터 서울의 한강인 경강(京江)으로 가는 바닷길이 펼쳐져 있어 이곳은 일대의 세곡(稅穀)을 모아 왕조의 수도인 서울로 보내는 사업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역시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빈번했던 곳으로 봐야 좋겠다.

새롭다는 의미의 한자 新(신)은 앞의 신설동(新設洞) 역에서 이미 소개했다. 따라서 역명 新昌(신창)의 뒤 글자가 이번 역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대상이다. 이 글자는 ‘창성하다’ ‘번성하다’의 뜻이다. 한자 풀이에 따르면 이 글자는 위의 日(일)과 아래의 曰(왈)이 합쳐진 형태다. 위의 日(일)은 해를 가리킨다. 나아가 해가 떠있는 ‘대낮’을 의미한다는 것. 밑의 曰(왈)은 사람들이 말을 하는 상황. 따라서 대낮에 사람들이 떠드는 모양, 나아가 왁자지껄하며 기운이 퍼진 상황을 가리킨다는 해석이다.

그래서 활발하게 번지거나 펼쳐지는 상황으로부터 ‘창성(昌盛)’과 ‘번성(繁盛)’의 의미를 얻었다고 본다. 창성과 번성은 사물이나 사람, 동식물 등이 왕성하게 번식하거나 세를 이룬 모습을 가리킨다. 둘을 한데 묶어 쓰는 단어가 번창(繁昌)이다. 무수하게 가지나 새끼를 뻗어 왕성한 세를 이루는 모습이다. 사업을 잘해 돈 많이 벌기를 축원할 때 자주 쓴다.

비슷한 말로는 창륭(昌隆)이 있다. 창성과 흥륭(興隆)의 합성어다. 창성해서 융성(隆盛)하게 발전한다는 의미다. 창달(昌達)은 우리가 暢達(창달)로도 쓰는데, 뜻은 같다. 번창해서 발달(發達)한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이 글자 昌(창)은 지역 명칭에 곧잘 등장한다. 특히 중국에서 그런 사례가 많이 보인다.

창언(昌言)이라는 단어도 있다. 도리에 맞는 말, 바른 말을 의미한다고 한다. 창언정론(昌言正論)이라고 하면 매우 바르고 공정한 언론을 가리킨다. 벽창우(碧昌牛)라는 말이 재미있다. 평안북도의 벽동(碧潼)과 창성(昌城) 지방에서 나오는 크고 억센 소(牛)라고 한다. 고집 세고 남의 말 듣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벽창호’의 본딧말이라는 게 사전의 설명이다.

이 글자 昌(창)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창대(昌大)다. 번창하고 크게 이루는 것을 뜻한다. 이 단어는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昌大(창대)하리라”는 대목 말이다. 그 앞뒤 사정을 따지면 다른 맥락도 나타나지만, 그 자체로 볼 때는 작은 걸음에서 시작해 커다란 성취를 이룬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조그만 걸음에서 시작해 큰 걸음으로 나아가 결국 昌盛(창성)과 繁昌(번창)을 이루는 일이 이 시대 바르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면 좋겠다. 이제 수원 구간의 마지막 역에 도착했다. 지나온 내 인생의 길에서 내가 거둔 결실은 어땠나.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