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6.14 12:31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사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사업추진이 순조롭지 않았으나, 시장상황이 개선되자 반포를 필두로 대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주택시장 침체와 재건축 규제 등으로 제때 사업추진을 하지 못하다, 봇물 터지듯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사업이 활성화되다 보니 분양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양에 나선 재건축단지는 고분양가 바람을 일으키며 인근 재건축 추진단지에 영향을 주어 가격이 동반상승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가격을 높게 책정하더라도 일반분양 세대수가 워낙 작아 청약시장에서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를 포함한 배후수요가 워낙 탄탄하여 예비청약자 수가 3~4만명에 이르고 있어, 열기는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각 단지별 재건축사업의 추진현황을 알아보고, 분양가를 비롯한 전반적인 흐름을 분석해 보자.

반포, 재건축시장 주도

반포는 강남권에서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전체적인 재건축 시장의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은 이런 자신감(?)에서 시작되었다. 반포의 재건축 사업은 거슬러 올라가면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삼성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주공3단지가 바뀐 반포자이가 본격적인 서막이다.

이때부터 재건축은 한강 전면보다는 이면도로 남쪽을 주축으로 추진되었다. 최근 이 지역에서 가장 높았던 분양가는 신반포자이의 3.3㎡에 4,296만원이다.

반포는 주거선택(교육, 교통, 주거환경, 편의시설, 조망권 등) 기준에서 3박자를 갖춘 지역이다. 공교육 중심의 입지가 탄탄하고 서울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지하철뿐만 아니라 도로 교통도 탁월하다.

백화점과 종합병원, 한강 조망권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한강 조망권 시대를 제일 먼저 연 것은 대림아크로리버파크이다. 입주를 앞두고 이미 3.3㎡에 5000만원를 상회하는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 단지의 인기는 상당부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단지 좌우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3차·경남이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이주 대상 아파트로 각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계의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는 반포주공1단지의 기대치는 훨씬 더 높다. 저층(5층)임에도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대수가 2배가량 늘어나므로 사업성이 뛰어나다. 또한 반포대교 동측의 신반포2차는 한강변에 길게 늘어서 있어 향후 재건축 시 한강 조망권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개포, 주변 성공에 잇따라 가격 상승 중

개포는 아파트지구로서 저층(2종주거지역)과 고층(3종주거지역)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아파트 구역이다. 개포주공2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는 평균 분양가를 3,600만원으로 책정하고, 일부 최고층은 평당 4,100만원에 이르는 고분양가임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향으로 개포 일대뿐만 아니라, 대치·도곡동 지역까지 대략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 가격이 상승하였다. 다음 분양순서인 개포주공3단지는 기대치가 더 높아져 분양가를 4,300만원(?) 수준에서 책정할거란 예상이다.

물론 일반분양 물량이 73가구에 불과하므로 성공여부는 불문가지이다. 개포2단지가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다음 차례인 3단지도 기대에 찬 분위기이다. 개포는 지구 내 단지뿐만 아니라, 구룡산 자락에 있는 구룡마을까지 동 기간 내 개발이 이루어진다. 대략 2,700가구 규모로 개발되고 이중 일반분양은 1,600호 가량이며, 나머지 1,100호 정도는 임대아파트로 구성된다.

개포지구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2만가구 이상의 대규모 지구로 재탄생되는데, 대략 70% 정도는 중소형 아파트이다. 개포지구 내에서 고려해야 할 차별성 중 하나는 지하철 접근성이다. 중소형단지로 구성되는 만큼 역과의 거리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 있다. 거주 수요층은 전용면적 85㎡가 13억원이 넘게 분양됨에 따라, 부유층 자녀 등 구매력을 가진 중상층과 인근 지역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 강남을 떠나기 싫어하고 양재천과 대모산·구룡산의 쾌적성에 만족도가 높은 노후계층 등 다양하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넓게 보면 삼성동 현대차 사옥과 양재 우면의 R&D 센터 근무자 등의 경우에도 진입이 가능하다. 개포를 바라볼 때는 아파트와 더불어 상권형성이 어떤 곳으로 확장될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부동산 투자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대치동 은마, 재건축 사업성..."조망권 좋은 일부에 그칠 듯"

대치동에서 잘 알려진 전국구 재건축단지는 은마아파트이다. 은마는 현재 용적률이 거의 200%에 달하므로 3종주거지역의 법정상한인 300%까지 불과 100%의 여력밖에 없어, 사업성 측면에서 장담하긴 이르다.

강남권에 일고 있는 고분양가의 영향으로 3.3㎡당 분양가를 5000만원 정도로 한다면 일정부분 사업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치동에서 소위 제일 잘 나가는 아파트 단지인 우성·선경·미도아파트도 재건축의 첫발을 내 딛고 있다. 건너편에 재건축한 대치청실(대치팰리스)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데다, 개포의 영향으로 가격도 상승세이다. 이들 단지가 재건축되어 중대형아파트로 바뀔 경우, 인근 타워팰리스의 거주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에서 양재천을 조망권으로 하는 대형 평형의 가치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 가격 거품 남아있어

송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는 가락시영(송파헬리오시티)과 잠실5단지이다. 가락시영아파트는 지난 연말 평균 분양가는 3.3㎡당 2,600만원으로 분양에 성공한 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완공 시 규모가 9,510가구인 대규모 단지로서 송파 일대의 새 아파트 수요를 대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5단지는 조합장이 새로 바뀌고 반포와 개포 등의 순풍에 힘입어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에게 일정 면적의 아파트 지분과 더불어 추가 환급금까지 약속하였다고 한다. 증가하는 용적률이 대략 180% 정도에 이르러 사업성이 양호하지만, 상당히 높은 반포 수준의 고분양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이다. 결국 인근 잠실단지의 동일 평형보다 4억원 가량 비싼 수준이므로 쉽게 동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둔촌주공아파트는 단일 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1만2000 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추가부담금 문제로 진척이 빠르진 않으나,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기대치가 높은 단지이다. 교육·교통·주거환경·편의시설 등 주거여건을 두루 갖춘 단지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하철 5호선을 통한 도심접근이 수월한데다, 2018년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될 경우 강남 아파트화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올림픽공원과 일자산공원이 주는 녹색프리미엄은 쾌적성을 한층 더 높게 한다. 평균 분양가는 2500만원 정도로 예상되어 가락시영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덕지구, 공급과잉 우려

고덕지구는 개포지구와 더불어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고덕주공1단지는 이미 입주한 상태이며 고덕시영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주변 시세인 2000만원에서 21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2만 가구 가량이 공급될 예정인데, 주변에 자연공원이 많아 쾌적한 환경을 가진 것이 장점이다. 둔촌주공과 마찬가지로 기존 5호선에 향후 지하철 9호선이 강일지구(추후 하남미사 연장도 검토 중)까지 연결될 경우 강남 접근성이 30분 내로 해결된다. 또한 한강변 지역에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가 2018년에 개발되면 1만5000명의 상주인구가 유입되므로, 배후 중산층 주거입지로 손색이 없다.

다만 지구 내 물량이 많아 가격 탄력성을 크게 기대하긴 어려운데다, 인근에 더 좋은 둔촌주공이 있고, 그 아래에는 강일과 하남미사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어서 상승 기대치는 제한적이다.

이렇게 강남권 각 단지별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을 갖고 있어 철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고민스러운 부분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연이은 분양 성공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분양가가 한 단계씩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자금이 넘치고 있어 투자수요가 대거 진입하고 있는데다, 일반분양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경쟁률은 분양가에 상관없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분양가가 오를 경우 긍정적인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지나친 가격급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얘기한 재건축 단지의 규모는 개포·가락시영·둔촌주공·고덕주공만 합쳐도 이미 6만 가구를 넘는다. 이들 단지가 입주하는 2020년 전후에는 서울의 주택수요를 상당부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재건축뿐만 아니라 재개발 입주물량도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점인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어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만큼 투자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대단위 아파트 위주로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입주초기에는 역전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시세 상승은 전체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변시세를 감안한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분양가격 책정이 요구된다. 

지나친 고분양가는 인근 지역의 기대치를 높여 가격은 올라가지만, 추격매수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정선에서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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