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6.21 08:50

[뉴스웍스=김벼리기자] 

고재호 - ‘나만 아니면 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남 전 사장 퇴임 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80년 대우조선공업의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32년 만에 사장자리에 올랐다. 남 전 사장처럼 평사원부터 사장자리까지 차츰 올라간 셈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업을 돌면서 ‘영업통’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선업계도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당시 그의 영업력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고 전 사장 취임 후 언론 및 재계는 그에게 한껏 기대의 눈초리를 보냈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및 방산업체 수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서 100억 달러 해양플랜트 수주 ▲노르웨이 및 태국 해군으로부토 군함 수주 등이 그의 성과로 언급됐다.

◆ 분식회계 2조7000억+α원

그러나 실제로는 당시 수주한 대규모 해양플랜트 건조가 지연되면서 회사에 천문학적 손실을 야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해당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분식회계까지 자행했다. 이와 관련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근시안적 대응을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정성립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전 그해에만 한꺼번에 5조5000억원의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중 고 전 사장 재임 당시인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할 손실액이 1조 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40개 사업의 총 예정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 낮추는 방식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높게 부풀렸다. 영업이익 기준 1조5342억원을 분식회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LNG운반선 사업에서의 분식회계 정황까지 확인돼, 당시 분식회계 규모가 총 2조7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대 자문료

이렇게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추고도 고 전 사장은 떳떳하게 사장직을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남 전 사장처럼 ‘자문료’라는 명목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작년 3월 후임 사장이 결정되자 남 전 사장처럼 자신과 전 부사장 3명을 고문으로 위촉, 3~5개월 동안 총 2억5435만원의 자문료로 받았다. 마찬가지로 월 146만~252만원의 차량 운영비까지 챙겼다.

임모씨 - ‘윗물이 썩으니 아랫물도 썩지’

임 전 대우조선해양 차장이 구입한 부산의 아파트에서 압수한 사치품들

대우조선해양의 거대 비리 사태에는 고위인사들뿐만 아니라 40대 차장급 직원도 연루돼있었다.

지난 199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 20년 동안 비품 구매 업무를 맡았던 임모 전 차장은 지난 8년간 회삿돈을 빼돌렸다. 거래명세표 허위 작성을 통해서 169억1300만원,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계약서 허위 작성으로 9억4300여만원 등 총 178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그렇게 챙긴 돈으로 그는 2억6000만원짜리 손목시계를 포함 명품시계 23종을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5억7000만원에 달하는 외제차 6대를 보유, 투자법인을 세워 부동산 및 주식에 7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임 전 차장은 1억여 원을 받고 명예퇴직했다.

홍기택 - ‘소유하되, 경영하진 않는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1999년 대우사태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떠안은 건 산업은행이었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3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따라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산은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다. 특히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저지를 당시 홍 전 회장이 산은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산은은 분식회계 의혹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201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재무상태 분석 대상으로 포함해야 했지만, 산은은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감사원이 2013~2014년 당시 재무제표를 이 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최고위험등급(5등급)’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신뢰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지칭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에는 국민의 혈세 4조2000억원가량을 대우조선해양에 쏟아 부었다. 정작 경영부실의 원인 파악과 정상화는 외면하고, 눈앞의 문제를 덮으려는 데 급급해 결국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3조 원대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정성립 사장이 성과급 성격의 격려금 877억 원을 지급할 때에도 이를 묵인했다. "본인이 경영상 판단을 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정 사장의 말 한마디에 홍 전 회장은 격려금 지급의 적정성을 확인하거나 부당한 격려금 지급을 통제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성실 경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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