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6.22 08:50

감사원·안진회계법인·서별관회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폭로했다. 서별관회의 논란의 중심에 선 (왼쪽부터)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3인방 - ‘썩은 연결고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자금부분 전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CFO 자리에 들어앉았다. 그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산은 사이의 핵심 자금 관리·결재 라인에 있었던 셈이다. 산은 출신 CFO들인 김유훈, 김갑중, 검열중 전현직 부사장들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주요 책임자로 언급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에 참석하면서도 모든 안건에 ‘찬성’을 승인하는 등 무분별한 투자를 막지 못했다. 그 결과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업들이 부지기수로 벌여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갑질’도 일삼았다. 업무추진비라는 명목으로 유흥주점에서 한 번에 380만 원을 결제하는 등 총 1억2121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 - ‘뒷북의 사도’

현재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칼을 휘두르며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매스컴에 비춰지고 있다. 이렇게 감사원은 뒤늦게나마 자기 본분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그들의 ‘뒤늦음’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지금까지 비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에서 감사원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최근 6년간 2011년만 빼고 매년 산은을 감사했다. 분식회계 정황이 드러난 13년과 14년에도 감사를 진행한 셈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관리 부실을 단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감사원이 정작 필요한 문제를 파헤치기보다는 정치적 민감함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번 대우조선사태와 같이 거대한 문제를 놓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 ‘의도된 오류? 단순한 실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지난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외부 감사를 맡아왔다. 그런데 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결과에 '부정적', 혹은 '의견 거절' 등의 의견을 낸 적이 없다. 지난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라고 발표했을 때에도 안진은 '적정' 의견을 냈다.

◆외부 감사 방만? 소홀?

그러나 이는 잘못된 감사였다. 1년 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로 5조5000억원을 발표했는데, 사실상 그중 2조원가량이 2013~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했다고 안진이 실토한 것이다. 이렇게 수년간 쌓이다가 한 번에 터진 손실 5조5000억원은 고스란히 채권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짐이 됐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영업손실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송가'(SongaRig) 프로젝트 회계처리에 '적정의견'을 내기도 했다.

송가 프로젝트란 지난 2011년 대우조선해양이 노르웨이 업체 송가 오프쇼어로부터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사업을 말한다. 그러나 수주 이후 110여 차례에 걸쳐 설계가 변경되고 재시공을 반복함에 따라 원가는 급증, 2013년과 2014년에는 1조원대 손실을 입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손실액을 미청구 공사대금으로 과다계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15년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당해

그런데 안진은 이미 15년 전에도 분식회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대우전자의 소액주주 360여명은 대우전자와 김우중 당시 회장,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

1997년 대우전자는 자기 자본이 완전 잠식되고 당기순손실이 1조6701억여원에 달했다. 1998 회계연도에서도 당기순손실은 1조9920억여원이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1997년에는 당기순이익 410억, 1998년에는 당기순이익 50억원 등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서별관회의(최경환, 안종범, 임종룡) -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실질적 몸통?’

서별관회의 논란의 중심에 선 (왼쪽부터)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본관 서쪽에는 ‘서별관’이라는 회의용 건물이 있다. 서별관회의란 말 그대로 서별관에서 진행되는 회의를 일컫는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주축이 돼 경제금융 관련 주요정책을 조율한다. 회의 내용은 비공개 처리된다.

앞서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 관련 법 개정과 같은 사안의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에서 회의를 열었던 것이 시초다. 노무현 정부 이후로 사실상 정례화됐다.

그러나 서별관회을 바라보는 여론은 결코 곱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회의 설치에 법적 근거가 없으며, 특히 국가경제를 좌우할 만한 주요 경제정책들을 소수 인원이 비공개로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사태를 야기한 것 중에 큰 원인이 앞서 제기됐던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은 자기의 결정이 아니라, 서별관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폭로를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전 회장은 “관계기관 협의하에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이뤄졌다”며 앞선 발언을 번복하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또한 “한 점 은폐 없다”며 의혹을 반박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으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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