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6.27 08:14
[뉴스웍스=김벼리기자]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업무감독 및 회계감독을 담당하는 이사회 소속 위원회다. 한마디로 회사의 내부감사를 담당한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정부는 기업경영 감시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회사법’상 ‘내부감사위원회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형상장법인이나 증권회사의 감사위원회는 법정필요상 상설기관이며, 기타 회사의 경우 감사 또는 상근감사로 도치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감사위원회는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사는 커녕 오히려 '찬성' 의견을 내는 '거수기' 역할만 하면서 자기들끼리 돈잔치 판을 벌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무엇보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회사 오너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사람을 감사위원 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의 삼성전자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 그가 삼성전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디오스텍의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삼성물산 감사위원에 연이어 선임된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의 경우 그의 독립성을 의심한 주요주주에게 반대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의심속에서도 회사와 감사위원의 유착은 차원을 달리하며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감사위원 재선임에 실패한 인물을 계열사 감사위원으로 우회선임하기도 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재희 연세대 교수 등은 제일모직 감사위원을 하다가 삼성SDI의 감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사위원이 회사의 이해관계에 해를 끼칠 만한 일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외부 감사인과 달리 감사위원의 감사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점은 이를 더욱 부추긴다.
이렇게 감사위원이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벌인 것을 고려하면 그들이 받아간 보수는 과하기 짝이 없다.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곳의 감사위원은 올 1분기 감사보수로 평균 2211만원을 받아갔다. 한 달에 737만원 꼴을 받아 간 셈이지만 정작 그 기간 동안 감사위원은 평균 2~3차례 모여 5~6건의 안건을 처리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찬성’ 의견을 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실례로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감사위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남상태 사장 연임 기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8.5%, 고재호 사장 임기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시스템상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보수를 주는 주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오너다. 감시받을 사람이 감시해 줄 사람을 선임하고, 많은 보수도 준다. 오너 입장에서 눈에 가시처럼 기업의 치부를 들추고 장부조사를 하는 감사위원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업무가 감사위원의 책무인데도 말이다. 결국 오너에게 소위 '찍힌' 감사위원은 월 700여만원의 보수를 잃게된다. 그래서 기업과 감사위원간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관계'가 성립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쉽사리 깨지지 않고 있다.
회계업계 내부에서도 현행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나다의 경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상장 예정 기업이나 부실기업 등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 기업으로 확대될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쉽게말해 대기업이나 대형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야 금융당국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나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IMF체제 이후 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가 오너가 없었던 기업의 분식회계 문제는 이미 예견된 사고일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이 시장가치를 존중하면서 공정하게 처리되고 감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계 문제만큼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부와 여당의 이념적 색채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직 시장 윤리만 지켜진다면 국가경쟁력은 물론 소액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이것이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감사위원들이 분기에 대여섯번 나와서 거마비나 받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직을 수락하는 것은 주주들이 대표소송을 안하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이 총회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하고 평가 활동을 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사인 지정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과당경쟁, 저가 수주로 인한 회계법인의 '품질' 저하를 방지할 제도적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