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5.11.02 15:02

삼성·롯데이어, 2일 SK·CJ도 인수합병

‘선택과 집중’.  90년대 말 유행처럼 번졌던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이 10여년이 지나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간 합종연횡이 기업들간 업무협약을 통한 상생경영을 넘어 잘되는 회사를 더 잘하는 쪽으로 몰아주는 M&A(인수합병)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민주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M&A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2일 “국내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앞으로 계열사간 통합에 이어 매각 작업이 몇차례 더 있을 수 있다”며 “이밖에도 재계 30위권 기업들간 인수합병은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들이 롯데에 팔린 것에 이어 2일에는 CJ그룹의 CJ오쇼핑과 헬로비전이 SK그룹에 매각됐다.

삼성과 롯데의 화학부문 M&A는 삼성의 경우 전자에 집중하고 롯데는 화학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두 그룹간 ‘윈윈 전략’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급물살을 탄 것으로 재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위기에 몰린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한 사업역량 집중방안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M&A 필요성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론 롯데가 종합 화학업체로 발돋음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큰 이견은 없다.

이미 지난해 화학부문 일부와 방산부문을 묶어 한화에 매각한 적이 있는 삼성은 앞으로 세분화돼있는 건설부문을 한 곳으로 모으로 중공업 부문을 그룹내부에서 통폐합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콘텐츠와 ICT부분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CJ와 SK가 포괄적인 사업협력에 나 선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CJ그룹은 2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두그룹은 콘텐츠 창작 및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두 그룹이 함께 투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CJ-SK 사업협력 방안에도 합의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제휴로 CJ는 콘텐츠 부문에, SK는 플랫폼 부문 등 핵심사업부문에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며 "향후 그룹차원의 전략적 제휴,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동종업체간 M&A가 글로벌 기업에선 일반적인 현상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페이스북이 메신저기업 와츠앱을 무려 20조원에 사들인바 있고, 애플도 음원강화를 위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대기업들간 M&A의 경우, 시너지 창출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삼성의 화학, 방산 부문을 인수한 한화의 경우 화학부문에선 매출규모(합병후 2013년기준 18조원)1위업체로 올라섰다.   

이 처럼 국내 기업들간 경쟁력강화를 위한 합종연횡이 일어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 됐다.

당시에는 삼성 현대차 SK 현대 등 주요그룹사의 대기업들이 업종별 특성에 맞춰 전략적 제휴를 강화 하는 것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 주로 대기업간 협력은 대규모 합장, 지분투자, 특허 공유 등의 흐름을 보였는 데, 지난 2008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관련 특허를 일부 공유해 오는 것도 하나의 예다.

이 같은 협업체계는 기업간 M&A로 이어져,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추산, 국내 기업간 M&A가 40조원대에 이르렀다.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상근 부회장은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의 원천기술력마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력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기업의 자주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며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들이 가장 잘하는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M&A를 본격화 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굴뚝사업만으로 더 이상 생존 할 수 없듯이 이제 기업수만 늘리는 문어발식 경영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최근 국내 그룹간 벌어지고 있는 M&A는 경기 침체기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의 일환이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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