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북한의 한류
[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북한의 한류
  • 오인규 고려대 교수(한류학센터장)
  • 승인 2016.06.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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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새로운 젊은 부유층 여성들은 화려한 패션을 중심으로 자유를 추구한다. <사진=브론웬 달튼>

북한은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대며 연일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은 식의 대외정책이 아버지 세대와 별반 차이가 없고 오히려 그 한계성이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정권 말기의 징조일지 모른다. 북한은 중국, 베트남, 쿠바와 같이 공산당 일당 독재정치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식 혼합경제를 시도하고 있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전체주의 국가다.

이런 정권이 오래 갈 수 있었던 것은 김일성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기독교와 혼합된 수령의 신성화를 통해 현대식 종교국가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일성의 외할아버지는 평양에 교회를 세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자신의 딸 이름도 반석이라고 짓고 기독교의 교리대로 사위도 빈농 출신의 아들을 맞아 들였다.

어릴 적부터 김일성도 부모의 손을 잡고 외할아버지가 세운 교회에 매주 기도하러 갔었다. 김일성이 어린 시절 배운 중요한 정치경제적 교훈은 모든 인민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유일신주의를 통해 사회의 안정, 발전, 결속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념이었을 것이다.

1948년 북한이 들어선 뒤 그는 과거의 동지들을 모두 깔끔히 숙청하고, 자신을 유일신으로 만들어 모든 북한의 인민들이 대를 이어 충성하도록 세뇌시켰다. 종교국가의 3대 요소는 교조(주체 이데올로기), 교육과 감시체제(동 인민반 제도), 그리고 의식(태양절)이다.

이데올로기는 일찌감치 막스-레닌주의에서 상당히 벗어난 북한식 성서로 제작되었고, 북한의 감시체제는 아래서부터 위까지 철저한 통제체제를 구축했으며, 의식은 모든 국민을 음악과 춤 그리고 연기에 능통하도록 가르쳐 집단 매스게임을 필두로 금강산 악단의 가무가 압권으로 등장하는 축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연출해 낸다.

틈새 없는 북한에 한류가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영화, 가요, 드라마 등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한 것은 1960년대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전성기를 누렸던 한국영화에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관심이 없을 리 없었고, 김정일은 신상옥의 신필름 영화에 푹 빠져 1978년 그를 납치까지 했다.

또한 1972년 9월12일에 열린 제2차 남북적십자 회담에서도 김세레나가 축하공연을 했는데, 당시 북한 대표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시기의 남한 문화는 이국적이라기보다는 아직도 동질성이 많았던 한반도 대중문화였을 것이었고, 북측에서도 별로 새롭다고 여길 리 없었을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 도래해서야 한류가 북한에 상륙해 광범위하게 북한 전역으로 퍼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져 평양에서 ‘전국 노래자랑’이 녹화되기도 하고, 한국의 K-pop 아이돌들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평양 시민들은 한국의 노래를 폄하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면 이미 그 때 한국의 대중문화에 빠져들었다고 생각된다.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금지된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퇴폐한 모방작들이다. 그렇지만 교회에서 매주 일요일 부르는 찬송가에 식상하듯이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주민들은 이미 상당 부분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문화에 빠져들어 있었다.

한류는 평양의 중상층 시민들이 먼저 돈을 지불하고 불법으로 중국을 통해서 수입하기 시작한 ‘외국’의 문화 콘텐츠였다. 중국의 개방 없이는 북한에 대량으로 한류가 유입될 수 없는 정치경제적 조건을 직시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생각하는 한류는 엄연히 외국 것이며 불법으로 수입된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북한도 한류의 한 중요한 해외 시장이며, 한류가 북한에 유입함으로써 남북 간의 문화적 격차가 줄어들고 서로 간의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동독에서 서독의 대중문화를 수입하면서 통일에 가속도가 붙은 전례를 통해서 북한에서의 한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평양 시민들은 왜 한류에 빠졌나?

3대에 걸친 김씨 부자들의 전제정치 하에서도 평양만은 급속도록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과거 1974년까지 한반도의 경제기적은 북한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한국이 북한의 발전상황을 부러워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현재 평양의 중상층들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수입해서 오락으로 즐기고 있으며, 이제는 한류도 수입해서 시청하고 있다. 새로운 중산층으로 지칭되는 평양의 젊은 부유층들은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더 자본주의화하고 있으며 국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연히 경제적 성장은 문화적 욕구를 동반하는데, 소위 말하는 과시소비(conspicuous consumption)가 만연하는 현상으로 발전한다. DVD 플레이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며 외국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것을 가족이나 친척은 물론,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행위가 과시성 소비다. 평양에는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요리사가 직접 조리하는 고급 이탈리안 식당도 있을 정도다. 아울러 이런 외국 음식점은 평양 중상층 젊은이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다.

이들은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시청하다가도 한류 드라마가 주는 매력에 곧 빠져든다. 우선은 자막을 볼 필요가 없고, 비슷한 문화 토대이면서도 매우 선진적이고 서양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선진형 학습 동기를 유발해 한국 드라마에 깊이 빠져 들게 만든다.

필자가 인터뷰한 북한 이탈자들 중에도 이런 한국 드라마 중독과정을 제법 자세히 설명해줬던 분들이 많다. 북한 이탈자들의 70%는 젊은 여성이다. 이들은 한류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신데렐라와 같은 동경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성을 배려하는 남자 주인공들의 세련된 행동과 용모에 푹 빠져 한국으로의 이주를 꿈으로 간직했다는 것이다. 즉 한류가 북한을 탈출한 여성 이민자들에게 탈출의 동기를 제공한 중요한 문화적 미디어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북한을 위한 한류 콘텐츠 개발해야

아직도 한국에서는 북한에 수출하는 한류 콘텐츠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중국 시장만 공격하면 된다는 안이한 올인 식 한류경영을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만약 한류 수입을 금지하는 날에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 고위험성 투자인 것이다. 통일에 대비한 한류 콘텐츠를 개발해 북한에 유통시켜야 하고, 독일의 교훈을 새겨 북한의 대중문화를 잘 보존하며 통일 후 새로운 북한산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주춧돌을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의 시청자들이 수준 높은 관객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북한의 한류 팬들을 확보해야하는 것은 중요한 목표다. 북한을 겨냥한 한류 콘텐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하는 대목이다. 또한 북한은 많은 수의 대중문화 재원들을 보유하는 나라다. 또한 북한이 궤멸하더라도 북한의 대중문화는 중요한 문화자원으로서 보존해야 하며, 능력 있는 배우나 가수들을 차세대 한류 스타로 교육할 수 있게끔 북한의 예능 트레이닝 시스템을 보존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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