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7.01 14:40
중국의 옛 그림에 등장하는 오동나무의 모습이다. 재질이 뛰어나 예로부터 오동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나무다.

두 글자는 각기 오동나무와 버드나무를 가리킨다. 오동나무는 한자로 오동(梧桐)이다. 이 오동나무는 신통하다. 재질(材質)이 우선 좋기 때문이다. 아울러 잘 자란다. 1년에 1m에서 2.5m까지 자라고, 6~7년 지나면 사람 가슴 높이에 해당하는 부위의 지름이 25㎝까지 자란다. 키는 보통 15m까지 큰다.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이 나무 세 그루를 문 앞에 심었다고 한다. 성장한 딸이 시집 갈 때 옷을 넣는 장롱 등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옛 중국에서는 오동에 봉황이 깃들어 울음 우는 것을 ‘오봉지명(梧鳳之鳴)’이라고 했다. 봉황이라는 새가 상상 속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봉황이 오동나무에 앉아 우는 상황을 평안하기 그지없는 ‘태평성세(太平盛世)’라고 했다.

나무 재질이 곱고 다듬기가 좋아 거문고 등 악기를 만들 때도 오동을 썼다고 한다. 이런저런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게다가 잘 자라는 특성이 있으니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마운 나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은 아주 좋다.

잎이 아주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길이 25㎝ 정도까지 자라니 다른 나뭇잎에 비해서는 월등한 편이다. 그래서 가을이 와서 나무가 잎을 떨어뜨릴 때 오동나무의 모습은 아주 처연하다. 큰 잎이 뚝 뚝 떨어지는 가을이 내 곁에 왔음을 가장 극명하게 알려주는 나무다. 그래서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라는 노랫말의 대중가요가 한때 큰 유행을 타지 않았을까.

버드나무는 우리에게는 풍류의 상징이다. 크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바람을 타고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과거의 문사(文士)들은 적지 않은 시문(詩文)을 남겼다. 이 나무도 아주 잘 자란다. 물기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 이 버드나무를 꽂으면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자라난다.

그런 강한 생명력에 힘입어 이 나무는 한반도 전역의 곳곳에서 잘 자란다.

위의 오동나무가 먹을 것도 변변치 않던 옛 시절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던 존재이니, 사람들은 열심히 이 나무를 심었을 테다. 버드나무는 그에 비해 재질이 목재 등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편인데도, 예의 그 강한 생명력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나 우리 이웃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오류역이 있는 지금의 서울 오류동은 그런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유독 많았던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서울시가 펴낸 지명 이름 유래 소개 책자에는 원래 이곳 이름이 ‘오류꿀’이었다고 한다. 마을 등을 뜻하는 ‘골’과 ‘꿀’이 서로 관계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쨌든 이곳에 그런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던 옛 시절에는 경제적인 효용이 높은 작물들이 사람들에게 인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주 나오는 작물이 오동나무 말고도 뽕나무, 가래나무, 삼 등이 있다. 이들은 각자 한자로 桑(상), 梓(재), 麻(마)로 적는다. 뽕나무의 용도야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비단을 짜는 데 필요한 명주, 그를 만들어내는 누에, 누에가 먹고 사는 게 바로 뽕나무 잎이기 때문이다.

가래나무는 ‘나무의 왕(王)’이라고도 불린다. 재질이 아주 뛰어나 각종 가구를 만들 때 ‘인기 짱’이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는 우리 식 한자 단어가 있다. ‘상재(上梓)’라는 말이다. 이 단어의 새김은 ‘책을 내다’다. 그래서 출판 기념식을 할 때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 때가 있다. 요즘이야 별로 쓰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인쇄를 위해 우선 판각(板刻)을 해야 했다. 나무에다 글자를 새겨서 그 위에 종이를 대고 먹을 써서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판각에 사용하는 나무가 바로 가래나무였다. 그래서 ‘上梓(상재)’라는 단어가 출생했다. ‘재인(梓人)’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곧 목수(木手) 또는 목장(木匠)을 가리킨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재인(梓人)과 장인(匠人)은 다르다고 한다. 둘을 흔히 재장(梓匠)이라고도 함께 적는데, 앞의 글자는 목공 기술자, 뒤는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구별한단다. 어쨌거나 이 가래나무 또한 오동나무 못지않게 ‘효자 나무’다. 그러니 사람들은 집과 마을 주변에 가능한 한도에서 이 나무를 많이 심었을 테다.

뽕나무는 누에를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나무, 이런저런 용도가 많은 가래나무 역시 경제적 형편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나무다. 그래서 두 나무는 흔히 마을 주변에 많았다. 두 나무를 병렬해 적은 단어 ‘상재(桑梓)’는 따라서 ‘마을’을 의미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슴속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고향(故鄕) 마을’로 발전했다.

일반인들의 옷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게 삼, 즉 마(麻)다. 이 역시 옛사람들이 살아갈 때 반드시 필요했던 작물이다. 그러니 사람 사는 곳 주변에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살았던 식생이다. 이 글자가 누에를 키우는 뽕잎, 즉 상(桑)과 마주쳐 ‘상마(桑麻)’로 합쳐지면 이는 곧 농사(農事), 농작물(農作物)을 가리킨다.

참고로 덧붙일 말이 있다. 우리 주변에 버드나무가 꽤 흔하다. 물기가 있는 곳에서는 틀림없이 자라나는 식물이니 그럴 법도 하다. 이 버드나무를 가리키는 한자는 이 ‘柳(류)’ 말고도 ‘楊(양)’이 있다. 앞의 글자와 마찬가지로 뒤의 새김도 ‘버드나무’다. 그러나 둘은 생김새가 약간 다르다. 버드나무로서의 재질 등은 차이가 없지만, 가지와 잎의 모양이 서로 같지 않다. 앞의 버드나무는 가지가 크게 늘어져 바람에 따라 춤을 추지만, 뒤의 버드나무는 아래로 크게 늘어지지 않고 위를 향한다.

자세히 보면 뒤의 버드나무 가지도 조금씩 아래로 늘어지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앞의 버드나무와는 완연히 다르다. 흔히 양류(楊柳)라고 해서, 두 버드나무를 함께 통칭하는 경우가 많으나 조금 자세히 관찰하면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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