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기자
  • 입력 2015.11.03 09:16

정부가 3일 오전 11시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으로 확정해 고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검정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며 "발행제도 개선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총리는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양성이 실종된 사실상 1종의 편향 교과서"라며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했다. 다양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다양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황 총리는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친일 독재 미화'의 역사왜곡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성숙한 우리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러한 역사왜곡 시도들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공개적인 브리핑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황 장관은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2017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국가가 편찬한 국정교과서로 바꾸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날 황 장관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정화 이후 논란 확산할 듯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면서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하고 이달 말부터 교과서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부하기 까지는 집필기준, 집필자 참여 등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정부의 국정화 강행과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와 야당,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국정화 고시 이후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제작과 관련해 정부가 예비비를 국사편찬위원회에 배정한 것을 두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학계와 대학가, 전교조 등을 비롯한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479개 단체로 구성된 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퇴직교사 654명이 참여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퇴직교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교조는 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에서 긴급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제 백지화 투쟁계획을 확정해 9일 오전 11시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국정화에도 넘어야 할 산 많아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에는 국정제 폐지를 촉구하는 주장과 함께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제작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집중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사편찬위원회가 국정 교과서 제작 과정과 관련해 집필진을 구성하는 과정이 논란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애초 "균형 있고 우수한 역사전문가"로 집필진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집필진 구성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학자 대부분이 집필 거부 입장을 밝혀 집필진이 구성돼도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논란을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 교과서 제작 일정이 촉박한 것도 논란이다. 

1년간 집필진의 집필을 거쳐 심의본을 인터넷에 일반에 공개하고, 전문가가 감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집필완료 후 심의, 공개, 감수과정이 고작 한 달에 불과해 '부실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교육부가 4개월씩 검정을 했고, 지금까지 국정교과서를 제작할 땐 수정 기간을 1년 정도 뒀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는 검토 기간이 짧아 오류를 수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도교육감들이 '대체교과서' 개발 입장을 밝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과 이 과정에서 일선 학교의 혼란도 예상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