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7.04 16:46
지열에 의해 뜨겁게 덮여진 물이 솟아나는 곳이 온천이다. 그곳의 따뜻한 물을 한자 낱말로는 온수(溫水)라고 적는다. 따뜻함을 가리키는 글자 溫(온)은 그로써 많은 함의를 지닌다.

역명과 동명에서의 온수동(溫水)은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더운물이 나와 ‘온수골’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데서 비롯한다. 조선시대에 줄곧 ‘온수’에 관한 이름이 붙었다가, 한때는 수탄(水呑) 등의 이름으로 불렸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면서 지금의 ‘온수’라는 지명을 되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더운물 또는 따뜻한 물, 즉 온수의 고마움을 모를 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한겨울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따뜻한 물이 바로 온수다. 그래서 이 글자 溫(온)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글자다. 물을 떠나 생활 속에서의 여러 따뜻함을 주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이 글자의 조합도 매우 많다. 사람의 성격이 따뜻하고 친화적이라면 우리는 그를 온화(溫和)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성품이 따뜻한 데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말씀을 잘 따르면 그 성격은 온순(溫順)이다. 그런 따뜻함을 품은 정이 있다면 온정(溫情)이다. 추운 계절에 남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기운이 온기(溫氣)다. 그런 따뜻함에 부드러움까지 갖추면 온유(溫柔)다. 따뜻한 데다 인품이 중후하면 온후(溫厚)다.

그런 따뜻한 물이 솟아 나오는 곳이 바로 온천(溫泉)이다. 따뜻하게 실내온도를 조절해 추위에 약한 식물들을 키우는 곳이 온실(溫室)이다. 요즘은 오존층의 파괴로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표면 상승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지구 전체가 뜨거워지는 상황이 바로 ‘온실현상(溫室現像)’이다. 따뜻한 곳에서는 병균(病菌)도 함께 잘 자란다. 그런 곳을 우리는 온상(溫床)이라고 적으며, 때로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한다. ‘범죄의 온상’ 식으로 말이다.

따뜻함의 뜻 외에 이 글자는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하는 그런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람의 몸에 남은 온기, 또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바로 체온(體溫)이다. 그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온도(溫度)다. 따뜻한 기운을 지키려고 하는 일이 보온(保溫)이며, 대기의 차가움 또는 따뜻함을 표현하는 기준이 기온(氣溫)이다. 방 안의 온도를 가리킬 때는 실온(室溫)이라는 단어를 쓴다. 높은 온도면 고온(高溫)이고, 낮은 온도면 저온(低溫)이다. 아울러 항상 그 정도의 온도를 가리키는 말은 상온(常溫)이다.

동사적인 표현도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아주 잘 썼다. 요즘은 역시 한자의 전반적인 퇴조 때문에 그저 옛말로 치부하지만, 과거에는 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하느니라”며 훈시할 때 쓰던 말이다. 여기서 溫(온)이라는 글자는 동사다. ‘다시 익힌다’는 말로서, 일종의 복습(復習)을 일컫는다. 溫故知新(온고지신)은 옛것(故)을 배우고 익혀(溫) 새것(新)을 안다(知)는 엮음이다.

옛것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서, 역시 과거의 문물을 제대로 이해해야 새로운 차원의 창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그래서 온습(溫習)이라는 말도 나왔다. 요즘 우리말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과거 한문이 많이 섞인 문장에서는 자주 쓰던 말이다. ‘배우고 익히다’라는 뜻이다.

사람의 성품은 따뜻해야 좋다. 그런 따사로움에다 남에게 절대 박절(迫切)하게 대하지 않는 성품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격이 앞에서 쓴 온유(溫柔), 남을 후하게 상대하는 일이 돈후(敦厚)다. 溫柔(온유)와 敦厚(돈후)함 둘을 갖추면 적어도 그 재능과는 상관없이 일단 좋은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 정도의 성품을 갖춰야 남을 이끌 수 있다. 그 둘은 리더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바탕이다.

그렇게 따뜻한 물이 많이 나왔다는 동네이니 溫水(온수)라는 이름 참 좋다. 때로는 차가울 필요도 있지만 사람의 성품에서는 따뜻함이 차가움을 늘 앞서기 마련이다. 그런 바탕 위에 날카로운 판단력, 그리고 상황을 크게 보는 안목까지 갖추면 그야말로 최고의 리더다. 따뜻한 물의 동네 溫水(온수)를 지나칠 때면 우선 사람의 성품부터 떠올려보자. 그리고 나는 남에게 따뜻한 사람인가를 한 번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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