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05 11:50

올듯 안 올 듯. ‘밀당’을 이어가던 장마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지난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에는 오는 7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지다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9일에는 남해상에서 장마전선이 다시 활성화해 남부지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그러나 ‘마침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장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결코 곱지 않다. 지난 2010년 <데이터뉴스>가 네티즌 1087명에게 “여름철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묻자 17.2%가 ‘장마’를 지목했다. 1위 ‘불볕더위’(51.7%)에 이어 2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것이다.

이렇게 매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장마가 매번 ‘문전박대’의 신세를 면치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외출할 때마다 비에 젖어버리는 옷, 신발 등은 기본이고 습한 공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불쾌감은 배가 된다. 집을 나서며 우산 챙기는 것을 '깜빡'이라도 한다면, 어김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집에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한 시인은 장마를 두고 “다 함께 기죽은 표정들/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고 노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장마가 찾아올 때마다 그저 불쾌함 정도로 일관하는 게 결코 건강한 태도가 아니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더구나 매년 6~7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장마 아닌가. 1년마다 ‘어쩔 수 없이’ 장마를 맞이하기보다는, 한 발 앞서 장마를 이해하고 불쾌함의 원인을 파악,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2016년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현재,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복해서 찾아올 장마철에 유용한 팁, 정보 등을 살펴본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듯 본격적으로 장마 관련 팁, 정보 등을 살피기 전에 장마라는 대상부터 이해해보자.

◆ 장마, 네 정체가 뭐야?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서 한 번 이상 들어본 단어,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장마는 한마디로 6~8월경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차가운 북동기류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따뜻하고 습한 남서기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겨울 동안 하와이에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고, 6월 말이면 한반도 남쪽 해상까지 다다른다. 비슷한 시기에 시베리아대륙보다 10℃ 정도 온도가 낮은 오호츠크해에서 찬공기로 인해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생겨, 한반도를 향한다.

이 두 세력이 만나면 상당히 큰 온도차 때문에 뚜렷한 전선(前線)이 생긴다. 또한 서쪽으로 뻗어나온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불어 올라오는 남서기류와 상층의 북서기류 사이에서도 수렴대가 만들어진다. 이 전선과 수렴대는 머물려는 성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선을 따라 저기압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장마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아직 약한 6월 중순경에는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러 있으나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화됨에 따라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8월쯤에 사라진다.

이렇게 발생하는 장마는 매번 한반도를 찾아왔다. 따라서 현재 한국인뿐만 아니라 앞서 한반도에 살았던 조상들에게도 장마는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상이었다. 여러 역사서에서 장마를 언급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례로 <삼국사기>에서는 장마를 대우(大雨) 또는 대수(大水)라 적었다. 특히 <고려사>나 그 이후 역사서로 이어지면서 ▲며칠 계속되는 비인 항우(恒雨) ▲가늘지만 연일 이어지는 비는 음우(陰雨) ▲장대비 취우(驟雨)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인 폭우(暴雨) 등 장마를 묘사하는 단어들은 더욱 세밀해진다.

◆ “장마라기보다는 스콜?”…변하는 장마

그런데 최근에는 장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장마철에 쉽게 볼 수 없었거나 예외적이었던 현상들이 오히려 더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특이한 장마 양상을 가리켜온 표현 중에 ‘마른 장마’와 ‘도깨비 장마’가 있다. 전자는 장마철 초기에 비가 오지 않는 장마를, 후자는 갑자기 장대비를 쏟고는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는 장마를 일컫는다.

그러나 최근 장마의 경향을 보면 마른 장마와 도깨비 장마가 일반적인 장마를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해도 그랬듯 장마철 초반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다가(마른 장마)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국지적으로 게릴라성 호우를 뿌려대는 현상(도깨비 장마)이 잦아진 것이다.

지난 4일 기상청이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장마경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장마기간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평균보다 2~3일 길어지고 강수일수도 4.1%늘었지만 되려 강수량은 0.3%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같은 기간 남부지방의 경우 장마기간 강수량이 15.8% 감소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장마가 끝난 뒤 내린 비의 양이 예년보다 29.4%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는 징후라는 풀이가 나온다. 변화한 장마의 양상뿐만 아니라 장마철이 끝난 뒤에도 아열대의 국지성 호우인 ‘스콜’과도 같은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고 건기와 비슷한 이상가뭄이 이어지는 것 등도 기후변화를 암시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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