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5.11.03 13:50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가까이 0%대에 머물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 통계에서도 농축산물 등의 신선식품을 포함한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올랐고 집세나 전기•수도 요금 같은 주거비용도 크게 올라 통계상의 낮은 물가와 서민들의 주머니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집세 상승이 체감 물가 올리는 주범

물가가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서민들의 지출에서 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물가동향에서도 집세 항목은 10월 2.8% 상승해 201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중 전세는 4%, 월세는 0.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파르게 오르는 집세를 반영하듯, 지역별 소비자물가 지수를 살펴봐도 전국 도시 평균 상승률은 전년대비 0.6%였으나 서울은 1.1%, 인천 1.0%, 경기가 0.7%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통계청이 산출한 지수는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전세가격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그 이전에 계약된 전세가격이 통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재계약이 이루어지면서 오른 가격들이 앞으로의 통계에 지속적으로 반영된다.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집세의 상승률이 통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장보기 무서운 식품 물가

통계에서도 10월 식품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3.7%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양파가 91%로 지난해보다 거의 배 가까이 올랐고, 마늘(33.9%), 파(43.2%), 국내산 쇠고기(12.2%) 등 식탁에 필수적으로 오르는 먹거리들의 상승폭이 컸다.

양파와 마늘 등의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것은 그동안 농민들이 양파와 마늘 생산량이 늘어나 값이 폭락하는 경험을 하면서 재배 작물을 바꿔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이와 반대로 김장의 주 재료인 배추와 무는 올해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이 좋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식품 물가가 매년 품목을 바꿔가며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어 가정의 '식탁 예산'을 안정적으로 꾸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오르는 물가와 함께 예측하기 어려운 가격 변동이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체감 물가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상황에서 통계로 잡히는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어 정책의 방향을 쉽게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난점이다.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데 높은 주거비로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은 줄어 들면 소비는 더욱 부진해지고, 이는 경제 전반에 생산과 투자위축을 불러오고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지는 악순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선식품과 주거비를 위주로 체감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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