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7.11 16:21
대중의 감성적인 욕구에 영합해 정책의 주요 흐름을 트는 행위를 보통은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 주변에는 그런 성향의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예로부터 손님을 맞고 들이며, 보내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주인과 손님의 신분이 뚜렷이 나뉘며 서로 나아가고 물러서는 절차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담을 두르고 문을 설정해 제 경계를 확보한 사람이 주인, 그 담과 문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손님이다.

외부와의 교섭과 거래는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주인은 손님과의 만남을 통해 외부와의 거래와 교섭에 나선다. 따라서 손님을 맞는 일은 빈례(賓禮)라는 이름으로 예절(禮節)과 법도(法度)의 특정한 구역을 차지했다. 그에 견줘 생각해 볼 한자가 ‘맞이하다’는 뜻의 迎(영)이라는 글자다.

‘걷다’, ‘달리다’는 새김을 지닌 부수 辶(착)에 다른 사람을 우러러 쳐다보는 모습을 그린 글자가 붙어 있다. 따라서 이 글자의 원래 새김을 따지자면 누군가를 맞아 달려 나가 그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기쁘게 상대를 맞아들이는 일이 바로 환영(歡迎)이다.

그렇게 달려 나간 뒤 손님을 맞아 안으로 들이는 일은 영입(迎入)이다. 요즘은 인재를 등용하는 행위에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직접 나아가 손님을 맞이하면 영접(迎接)이다. 봄맞이가 영춘(迎春), 가을맞이가 영추(迎秋)다. 이른 봄꽃인 개나리의 한자 이름은 영춘화(迎春化)다.

영송(迎送)이라는 단어도 과거에는 잘 썼다. 맞이하고 보내는 일이다. 손님 올 때 나아가 맞이하고, 갈 때 배웅하는 일이다. 한자로 풀어 적으면 迎來送往(영래송왕)이다. 사람과의 친분관계를 따져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경우가 많은 동양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적게는 비즈니스의 성패, 크게는 권력의 향배가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周)나라 흥성의 주역이었던 주공(周公)의 고사가 유명하다. 토포악발(吐哺握發)이라는 성어의 스토리 말이다. 밥을 먹다가, 또는 목욕을 하는 중에 “손님이 온다”는 기별을 들은 주공이 입으로 씹던 음식물을 뱉고(吐哺), 감던 머리를 움켜잡은 채(握髮) 뛰어나가 손님을 맞아들였다는 이야기다.

똑똑한 선비, 즉 현사(賢士)와 준재(俊才)를 영입하기 위해 기울였던 주공이라는 사람의 눈물겨운 예법(禮法)이다. 그런 정성과 노력으로 인재를 영입해 주나라가 흥성했다는 것이 스토리가 던지는 교훈이다. 실제 그 정도의 열성을 바쳐야 인재는 모이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가 요즘에도 잘 쓰는 영합(迎合)이라는 단어다. 손님을 마중함이 지나쳐 그에 함께 합쳐지는 일이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예절과 법도의 기본은 나와 상대방의 엄격한 구획이다. 주인이 주인임을 잊고, 손님이 손님임을 잊는다면 예절과 법도는 제대로 설 수 없다.

국정(國政)을 옳게 이끌어야 하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에게 이 영합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대중적인 욕구에 함부로 부합해 옳고 그름을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경우다. 그런 영합의 극단적인 사례는 우리사회 공직자와 정치인들에게 늘 찾아볼 수 있는 항목이다.

각종 중요한 현안에 있어서는 대중의 구미에 맞춰 정책을 왜곡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제 위치를 옳게 설정하지 못해 대중들의 욕구에만 부응한다면 그게 바로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타락한 중우정치(衆愚政治)다. 정치인과 대중의 무분별한 욕구가 마구 어우러지기에는 우리사회의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자 풀이>

迎 (맞을 영): 맞다. 맞이하다. 영접하다. 마중하다. 맞추다. ~를 향하여. ~쪽으로. 마중.

賓 (손 빈): 손, 손님. 사위. 물가. (손으로)대접하다. 객지살이하다. 복종하다, 따르다. 인도하다. 따르게 하다, 굴복시키다. 물리치다, 버리다.

送 (보낼 송): 보내다. 전달하다. 전송하다, 배웅하다. 다하다. 알리다. 쫓다, 쫓아버리다. 선물(膳物).

<중국어&성어>

迎来(來)送往 yíng lái sòng wǎng: 오는 사람(來) 맞이하고(迎) 가는 이(往) 배웅한다(送)는 구성의 성어다. 원래는 일반적인 교제를 의미하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사람 사귀기에 매우 바쁜 사람을 가리킨다. 제법 많이 사용하는 성어다.

吐哺握发(髮) tǔ bǔ wò fà: 뜻풀이는 본문 참조. 주공의 고사로 매우 유명한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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