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3.11 09:18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요새 부쩍 술자리가 많았고 폭식에 운동은커녕 걷기조차 꺼려했다. 걸음 수, 심박동, 혈압뿐만 아니라 식단, 음주, 흡연 등 구보의 모든 건강 관련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헬스케어’ 앱이 ‘간기능 이상 우려. 병원진료 요망’이라고 통보한 것은 필연이었다. 

이를 짐작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구보는 좀처럼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뒤이어 '건강보험료 1만원 인상. 내달부터 적용됩니다'라는 건강보험 앱 팝업에 불쾌해지기 전까진. (2016년 7월10일자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上) 중에서)

 

4차산업혁명이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인슈테크(InsuTech)'.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단어다.

미래 보험업은 최첨단 기술들을 과감히 받아들여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담긴 표현이다. 

그러한 혁신을 추동하는 기술적 동력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웨어러블, 스마트카 등 ICT 기술 발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개인별 데이터들과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순식간에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가 그렇다.

이런 요소들을 개발, 정착시킴으로써 보험업계는 수집한 개인들의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로 보험료를 차등지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실시간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수집해 그때그때 맞는 보험료를 실시간으로 다시 책정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린다.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은 건강관리 입을 통해 측정한 기록을 바탕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올라잇(AllRight) 페이백’ 서비스를 선보였다.

◆ 운전량 기반 보험료 책정, 목표량 채우면 보험료 인하가지각색 新 보험 풍속

미국 등에서는 이미 관련 기술을 개발,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보험회사 '메트로마일(Metromile)'은 차랑 내 GSP 텔레매틱스 기기를 설치해 이용자의 운전거리를 측정한다. 해당 기록을 기준으로 이용자의 보험료를 산정한다.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운전을 적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가 책정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프로그래시브(Progressive)’에서는 텔레매틱스 기기를 통해 운전자의 주행거리,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주/월간 주행시간, 주요 야간 운전 시간 등 자료를 취합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다.

한편 건강보험업체 '오스카 헬스케어'는 목표 걸음수를 달성할 때마다 하루 1달러씩,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걸음수를 측정, 관련 정보를 분석한다. 지난 2013년 의료보험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오스카 헬스케어는 뉴욕 및 뉴저지 의료보험 가입자의 15%를 확보했다.

한국의 경우 현대해상이 현대차의 ‘블루링크’나 기아차의 ‘유보’ 등 텔레매틱스 시스템에서 수집한 차량의 운행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하이카 블루링크·유보 차보험’을 운영 중이다.

또한 알리안츠생명은 건강관리 입을 통해 측정한 기록을 바탕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올라잇(AllRight) 페이백’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가입자가 해당 앱에서 월 15만 '건강 마일리지'를 달성하면 현금 2000원을 환급 받는 식이다.

작년 보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26억5000만달러였다. 2014년 7억4000만달러였던 것이 1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보험 스타트업 투자 26억…“개인정보 유출 방지 병행해야” 목소리도

이렇게 보험업계에서 이뤄지는 혁신의 비중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보험 스타트업(Start-up)의 투자 규모다. 작년 보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26억5000만달러였다. 2014년 7억4000만달러였던 것이 1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18세기 이후로 보험업계의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신생업계에 쏠리는 투자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18세기에 설립된 로이드 협회는 현재도 세계 최대 보험사이며 '포춘' 500대 기업에 드는 보험회사의 평균 나이는 95년이다.

반면 한국 보험업을 보면 그 규모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ICT,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보험산업의 연간 매출 규모는 174조원으로 이는 GDP의 12%다. 아시아 톱3에 들어가고도 남는 수준이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첨단기술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느린데다가 여러 규제에 묶여 있는 등 멈춰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관련 스타트업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산업에서 ICT 기술 도입은 상품개발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 단계까지 보험업 사업방식의 전반적인 변화를 촉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규제 개선을 통해 보험 산업에서의 ICT 기술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조건 빠른 변화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경계하며 속도를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ICT 기술이 보험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함께 정보 유출 이슈 등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 이 같은 대응책을 고려해 보험사들은 ICT를 적용시켜야 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며 “보험사들은 ICT 기술 접목에 있어 개인정보의 수집을 법규에 따라 목적과 활용을 분명히 해야 하고 보관 및 처리 과정에서는 유출 방지 등 철저한 관리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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