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3.12 07:00

빅스텝 시 한미 금리 역전폭 1.75%p '사상 최대'…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주식 순매도 증가 우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종 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은행의 4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3%포인트가 인상된 기준금리의 시장 영향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오는 21~22일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가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연준 금리는 4.5~4.75%로 상단에서 한은(3.50%)보다 1.25%포인트 높다. 과거 한·미 간 최대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였다. 당초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되면 1.5%포인트 차이에 머물지만, 0.50%포인트 오르면 1.75%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진다.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진다고 해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여러 요건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환율 변동성 심화 등을 고려하면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다면 통화당국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없다. 통화정책 수립에서 물가가 최우선 고려 요인이지만, 금리 역전폭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수익률 등을 고려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올해 1월 외국인의 채권자금이 사상 최대인 52억9000만달러 순유출된 가운데 2월(-5억2000만달러)에도 규모는 축소됐으나,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2월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은 7억달러 순유입됐다. 중국 경기 회복 기대 등의 영향으로 순유입 기조를 이어갔지만, 유입 규모는 1월(49억5000만달러)보다 대폭 축소됐다. 3월에는 순매도가 발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200원대의 안정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132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고용 및 물가지수 예상치 상회, 파월 의장의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시사에 따른 미 연준의 긴축 강화 우려, 외국인 NDF 매입 등으로 상당폭 상승했다. 미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를 외환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금리인상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3월 FOMC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9일 기준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20.6%,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79.4% 수준이다. 

지난 2월 0.25%포인트로 인상속도를 조절했던 연준이 다시 빅스텝을 선택할 경우 4월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3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내다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치는 이미 3월 FOMC에서 다시 빅스텝으로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나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이처럼 한달 남짓한 시간에 극단적으로 바뀔 정도로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들이 극적인 변화를 보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까지 발표된 미국 고용 및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는 추세적 흐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기대보다 하락하는 속도가 더디게 나타났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미국 물가상승률의 완화 추세는 더 뚜렷해질 것이고 노동시장 과열도 체감적으로 해소돼 가고 있기 때문에 3월 FOMC에서의 0.25%포인트 인상은 여전히 유효하고 금리 인상기도 상반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12월 FOMC 점도표에서 7명의 위원은 5.50%, 5.75%의 기준금리를 주장했고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도 기존에 비해 과하게 매파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상향되더라도 그 폭은 0.25%포인트(5.25~5.5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월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월 2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한편 3월에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 가장 빠른 금통위 일정은 4월 11일이다. 3월 FOMC 결과를 살핀 뒤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일단 한은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준금리와 관련해 "지금은 더 올리느냐, 서느냐의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경기 악화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2%(물가 안정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은이나 정부는 3월 물가 상승률이 2월(4.8%)보다 낮은 4%대 초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나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리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대해 브리핑하며 "한·미 금리차 확대를 기계적으로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미 연준의 금리정책이 환율, 자본유출, 국내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 발언 이후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고 원달러 환율을 비롯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금통위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그 사이 발표되는 3월 FOMC 결과와 국내 경기 및 물가지표 등을 종합 고려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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