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20 11:14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야후가 내달 5일 야후 메신저 구 버전을 종료하고 신 버전만을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8년 만이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외신을 통해 전파되자 지구 건너편 한국의 금융업계가 소란스럽다. 현재 한국 금융권 전반에서 업무에 야후 메신저 구 버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좀처럼 납득이 안 가는 부분들은 여전히 남는다. 야후 메신저 구 버전 대신 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거나 다른 메신저로 갈아타면 되지 않을까.

야후 메신저 구 버전 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금융업계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내달 5일 야후가 지난 1998년 선보인 메신저 구 버전 서비스를 종료하고 신 버전만을 서비스한다. <사진출처=야후 홈페이지 캡쳐>

◆ 금융업, 메신저가 그렇게 중요해?

우선 금융업계에서 메신저는 어떻게 쓰이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주로 일상적인 소통을 중개하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과는 달리 금융업계에서 메신저란 거래, 주문 등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허브’다.

특히 운용사, 자문사, 은행, 생명보험사, 연기금 등(통칭 기관)과 금융투자회사 사이에 주식, 외환, 채권 등의 주문을 주고받고 할 때 상당수는 메신저를 매개로 소통한다.

예를 들어 한 기관의 매니저가 메신저로 “삼성전자 100주 주문 매수 내주세요. 주문 방법은 CD입니다”라고 금융투자회사에 주문을 넣는 식이다.

금융권에서 쓰는 메신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각기 역할은 다르지만 야후 메신저뿐만 아니라 로이터 메신저, 프리본드(FreeBond) 메신저, 국민연금 자체 메신저 등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중 야후 메신저는 장외 채권 거래, 외환, 주식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모든 메신저들을 통틀어 가장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야후 메신저인 것이다.

야후 메신저 구 버전의 로그인 창.

◆ ‘갈아타기도 뭐하고 대안도 딱히 없어서’…야후 메신저의 불편한 매력?

야후 메신저가 시중에 처음 나온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대화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사용자를 늘려나가 현재 아시아지역 금융시장에서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채권시장에 야후 메신저가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주로 전화 통화로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도입 초반부 야후 메신저 사용자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면서 “이후 ‘야후 메신저가 편리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늘어나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현재 야후 메신저가 중점적으로 쓰이는 장외 채권시장의 규모는 한 해에만 520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금융 관계자들은 결코 야후 메신저를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야후 메신저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비롯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거래도중 작동이 멈추는 일은 다반사며 단체 메시지 전송시 시간차가 생기거나 아예 전달조차 안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메신저 등록자 목록에 상대방의 소속, 이름 등이 사라지고 아이디(ID)만 나타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야후가 한국에서 철수한 뒤로부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금융업계에서는 야후 메신저를 지속적으로 써올 수밖에 없었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메신저의 특성상 좀처럼 다른 메신저로 갈아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지금까지 다른 메신저를 쓸 생각을 하진 못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어 바꾸기 힘들기도 하고 대안도 딱히 없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번 야후의 메신저 서비스 종료를 보다 나은 메신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로이터 메신저, 프리본드 메신저 부각…그러나

그렇지만 야후 메신저 구 버전 종료를 3주 남짓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여전히 마땅한 대안 메신저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야후 메신저 신 버전은 애초에 고려 대상에 끼지도 못한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투자매매업자 등 및 채권중개전문사는 호가 정보를 서면, 전산자료, 마이크로필름 등의 형태로 3년 이상 기록·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야후메신저 신 버전에는 대화내용 저장기능을 없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외환 업무는 로이터 메신저, 채권 업무는 프리본드 메신저로 전환하는 것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둘 다 금융업계에서 기존에 쓰던 메신저로 관계자들이 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로이터 메신저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화를 저장하려면 5명당 160달러라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년에 2000만~3000만원 정도라는 추산이 나온다. 또한 외국의 정보제공 업체가 우리나라 채권시장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정 뜨거운 감자는 프리본드 메신저다. 프리본드 메신저는 지난 2010년 금융투자협회에서 선보인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이다.

채권거래 전용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보안성에 강하다. 야후 메신저에 등록한 친구도 그대로 불러올 수 있으며 호가 보고도 프리본드 메신저를 사용하면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채권 중개인들은 프리본드 메신저로의 전환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에게는 수입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문제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 중개인들은 크게 야후 메신저와 프리본드 메신저를 쓰고 있다. 야후 메신저를 통해 기관 매니저가 주문을 하면 중개인은 프리본드 매신저를 통해 중개인들끼리 '호가(呼價)를 뿌리고' 다시 야후 메신저로 기관 매니저에게 간략하게 알려주는 구조다.

결국 채권 중개인들의 수익 구조는 야후 메신저와 프리본드 메신저를 따로 씀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 차익 거래 등으로 수입을 얻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기관 매니저들을 야후 메신저에서 프리본드 메신저로 불러들인다면 결국엔 정보의 비대칭성이 약해져 차익거래나 호가 받는 행위에서 모두 매니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채권 중개인은 “메신저를 프리본드 메신저로 통합하면 시장 투명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채권 중개인에게는 수입 감소로 직결되는 문제”라며 “그렇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리본드를 내놓은 금투협에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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