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3.25 00:01
'1000원의 아침밥' 메뉴 사례.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1000원의 아침밥' 메뉴 사례.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요즘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게 없다.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도 1000원이 넘는 시대에 살다 보니 1000원짜리 한 장의 가치는 한결 가볍다. 이런 시대에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생겨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41개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1000원 아침밥'이 바로 그 것. 1000원의 아침밥은 말 그대로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식사(쌀 또는 쌀가공식품)를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젊은 층의 아침식사 습관화와 쌀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일선 대학과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생이 1000원을 내고, 정부가 1000원을 부담하며 학교가 자율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2017년 10개 대학, 14만4000명으로 시작된 뒤 갈수록 수요가 늘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올해는 서울·경기·인천지역 11개교, 강원 4개교, 대전·충청 6개교, 대구·부산·울산·경상 12개교, 광주·전라 8개교 등 41개교가 참여한다. 총 신청 인원 수가 당초 계획(50만명)을 크게 넘어 정부가 추가 예산을 확보해 지원 인원수를 68만4000명으로 늘렸다.

정부가 지원 인원수를 대폭 늘린 배경에는 최근 고물가 여파로 아침밥을 굶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대의 아침 결식률은 53.0%로, 10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었다. 20대의 결식률이 높은 것은 식습관의 변화 탓도 있겠으나, 갈수록 오르기만 하는 식비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1000원 아침밥에 대한 대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2022년 사업에 참여한 28개 대학 학생 54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1000원의 아침밥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98.7%에 달했다. '아침밥의 중요성을 느꼈다'라는 의견도 91.8%였다. 사업지속 희망은 2021년 97.9%에서 2022년 98.7%로 상승했다.

고물가에 밥값 걱정이 더 커진 대학생에게 편의점 삼각 김밥보다 싼 1000원짜리 식사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먹거리가 넘쳐 나는 요즘 아침밥의 효용이 예전만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챙겨 먹는 아침밥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물가고로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꺼리는 것은 있어선 안될 일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데 이런 사업을 대폭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000원 식사는 대학 식당을 벗어나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침 지난 9일 광주 지역의 전통시장에도 어려운 서민들의 한 끼를 위한 '1000원 국시' 가게가 생겼다고 한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위치한 이 가게는 만 50세 이상인 주민, 양동시장 당일 영수증을 지참한 손님을 대상으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우리 밀 손국수를 1000원에 제공한다고 한다.

손님이 1000원을 내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1000원이라는 상징적인 가치는 당당히 식사비를 지불하고 먹는다는 자존감이 담겨있다. 그래야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물론 1000원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는 식대를 안 받아도 된다. 앞으로 이런 저렴한 밥집이 더 많이 생겨 최소한 식비 때문에 배를 곯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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