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21 09:00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K는 얼마 전 아들에게 건넨 생일선물을 우쭐대며 얘기한다.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꽂힌’ 아들을 위해 3D 프린터로 직접 인형을 만들어줬다는 것. 물론 인형 받침대에 ‘To. Y’라고 프린트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下) 중에서)

 

'산타클로스 머신'이라고 불리는 기계가 있다. 보따리에서 갖가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끝없이 내놓는 산타클로스처럼 기계 하나가 별의별 것들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전 세계 제조업계, 경제계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3D 프린터의 급속한 발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 2011년 발간한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3D 프린터로 누구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오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4대 유망 미래형 아이템 중 하나로 3D 프린터를 선정하기도 했다.

<사진제공=브룰레코리아>

◆ 3D 프린터란?

3D 프린터란 한마디로 3차원의 공간에 3차원 입체 물질을 프린트하는 기계다. 2차원 평면에서만 작동하는 기존 프린터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또한 기존 프린터가 토너나 잉크를 재료로 쓰는 것과 달리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소재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외에도 용도에 맞게 고무, 금속, 세라믹 등 여러 종류의 소재도 많이 쓰고 있다.

3D 프린터의 프린트 방식은 다양하지만 크게 적층형과 절삭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적층형이란 말 그대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2차원 평면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프린트 기법이다. 반대로 절삭형은 커다란 덩어리로부터 시작해 입력한 모양값을 구현할 때까지 깎아내는 기법이다.

최근 나오는 프린트 대부분은 적층형이다. 재료를 깎아내는 과정에서 잔여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절삭형과 달리 적층형은 손실이 없어 비용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제이 로저스 로컬모터스 CEO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와 함께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자동차 ‘스트라티(Strati)’를 만들었다. <사진제공=로컬모터스>

◆ 자동차, 신발, 옷, 음식도 프린트…1가구 1프린트 시대 오나

지난 1981년 일본 나고야시공업연구소의 히데오 코다마가 빛을 이용해 액상광경화수지를 고체층으로 형성, 제품을 만드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3D 프린터의 시초다.

이후 1984년 미국 회사 3D시스템즈가 플라스틱 액체를 굳혀 물품을 만드는 프린터를 개발함으로써 3D 프린터가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높은 생산 비용 및 지적재산권 등을 이유로 한동안 3D 프린터는 항공이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 시제품(試製品)을 만드는 용도로 쓰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항공,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제이 로저스 로컬모터스 CEO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와 함께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자동차 ‘스트라티(Strati)’를 만들었다. 지난 2014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제조 기술 전시회(IMTS)’에서는 44시간 만에 스트라티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몇년새 3D 프린터 제작비용 하락, 지적재산권 행사기간 만료, 관련 스타트업들 출현 등에 힘입어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선 특정 분야에 국한됐던 활용 영역이 의료, 건설, 소매, 식품, 의류 등까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산업이다. 관절, 치아, 인공 귀나 장기를 환자의 신체적 특성에 꼭 맞게 만드는 데 3D 프린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나이키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밑창을 제작, 이를 이용한 축구화를 선보였다. 아디다스도 3D 프린터를 도입해 기존에 4~6주 걸렸던 시제품 제작과정을 1~2일까지 줄였다.

심지어 식품에까지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른바 ‘3D 푸드 프린터’. 장미나 사람의 얼굴 등을 형상화한 입체 초콜릿, 쿠키를 만드는 데 프린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3D 프린터 가격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조만간 3D 프린터를 가정마다 1대씩 소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아마존에서는 가정용 3D 프린터 섹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1000대 정도의 가정용 3D 프린터가 보급된 상태다. 가격도 이미 10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라 유통망만 제대로 갖춘다면 3D 프린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우주 비행사를 고려해 3D 프린터로 만든 피자.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 미국, 중국, 일본 등 3D 프린터 앞 다퉈 투자…한국은?

현재 3D 프린트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스트라타시스나 3D시스템즈 등이 전 세계 3D 프린트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은 3D 프린터 연구·개발비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집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 미국의 3D 프린터 연구 투자비는 415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중국, 일본, 유럽 등도 미국 못지 않게 3D 프린터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3D 프린터 기술 연구를 시작한 중국에서는 2000년부터 베이징 칭화대 등 명문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3D프린터연맹은 지난 2013년 20억 위안(약 3600억원)이었던 중국의 3D 프린터 산업 총생산액이 오는 2020년에는 800억 위안(약 14조원)까지 40배가량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도 3D 프린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소재 부문 기술 개발에만 3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300억엔(약 2조3600억원)이었던 일본 3D 프린터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이 되면 1조엔(약 10조7000억원)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들과 비교하면 국내 3D 프린트 산업은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추정한 국내 3D 프린터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590억원, 2015년 820억원, 2016년 1160억원으로 세계 시장 규모를 한참 밑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3D 프린터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 연계형 3D 프린팅 성장 기반 조성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 ▲기술 경쟁력 확보 ▲법제도 개선 등 총 4개 분야 11대 중점 과제 내용을 담은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한국이 2020년까지 3D 프린팅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은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3D 프린팅 산업 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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