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22 14:39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터키가 국가비상사태 체제에 돌입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부가 사실상 초법적 권력을 부여 받았다. 이에 국제사회는 ‘법치 존중’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터키 의회는 21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20일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346대 115로 승인했다.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의회 입법을 거치지 않고 즉각 발효하는 칙령을 선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터키 의회의 과반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을 포함한 판검사 2750명이 직위해제나 체포됐다. 입법·사법부 모두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터키 정부는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인권협약(ECHR)’을 유예하기로 하고 이를 유럽평의회에 통보했다.

유럽인권협약이란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조약이다. 터키 등 유럽평의회에 속한 나라들에 준수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협약 15조’에 따르면 ‘전쟁 등 국가 존치를 위협하는 비상사태’에서는 조약에 수반된 의무를 유예할 수 있다.

터키는 애초에 조약을 완전히 유예한다고 통보했다가 "국제적 의무와 충돌하지 않는 선"으로 제한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누만 쿠르툴무시 부총리는 “비상사태선포는 쿠데타 가담자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추종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일상생활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상사태 선포 이틀째인 터키 정부는 쿠데타 진압 직후부터 체포·구금한 막대한 규모의 쿠데타 연루 용의자들에게 사법 처리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체포한 군인과 판·검사 등 9000여명 중 일부의 구금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군에 새 피를 수혈하고 군 조직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비상사태를 3개월에서 더 연장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터키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에서는 인권과 법치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유럽평의회 대변인은 터키의 유예 통보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요한 것은 터키가 평의회 사무총장에게 비상사태 동안 진행 상황을 계속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성향의 현지 신문인 ‘휴리예트’의 잔 듄다르 편집장은 "(비상사태는) 법치와 자유가 유예되고 언론이 검열되며 의회가 제거된 억압적인 정권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대표와 터키의 EU 가입문제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터키의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쿠데타 진압 이후 교육계와 사법부, 언론에 가해진 조치들은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터키 당국에 법치와 인권,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시위, 사법권의 독립 등 헌법적 질서와 국제인권법을 존중하고 비상사태 하의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터키 당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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