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7.22 18:1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일(현지시간)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박수치고 있다.<사진=YTN영상 캡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고 나섰다.

그는 21일(현지시간)공화당 전당대회 대미를 장식한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또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안보는 고립주의, 경제는 보호주의 노선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 같은 공약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미국 우선주의는 가동 중

이미 미국은 보호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고립주의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내실 위주의 외교와 경제 정책을 펼쳐왔다.

한 예로 미국은 동북아지형에서 일본 자위대 파병관련 헌법 개정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이에대해 최위정 금강대학교 정치학과 초빙교수는 "미국이 신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를 통해 경제적으로 내실을 재정비하는동안 동북아 냉전구조 속의 한축을 일본에게 위임한다는 전략"이라며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세력균형이 보장되는 냉전체제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이상적인 평화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의 신고립주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시작됐다. 경제적인 보호주의 역시 이미 시작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가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보호주의는 속도를 내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미국은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해 의도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매년 흑자를 낸다면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호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은 기축통화를 위협할만한 세력이 당분간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까지는 오바마 정부의 보호주의 전략이다.

철강·세탁기...다음은

이에 미국 상무부(DOC)는 21일(현지시간)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현대제철 34.3%, 포스코대우 6.3%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브라질은 14.4~35.3%, 인도 7.6%, 러시아 1~13.4%, 영국 0.6~7% 등 냉연강판 덤핑 마진이 책정됐다.

이와 함께 미 상무부는 영국을 제외하고 한국을 비롯한 4개국 철강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며 한국 3.9~58.4%, 브라질 11.1~11.3%, 인도 10%, 러시아 0.6~7% 등 상계관세도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에서는 포스코가 31.73%, 현대제철이 47.8%, 동국제강이 8.75%의 반덤핑 관세를 물어야 한다.

상계관세율은 동국제강 0.72%, 동부제철 및 동부인천스틸 1.19%, 이 외 업체 1.19%로 매겨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산 스테인리스 용접강관·선재·냉연강판 코일 및 유정용 강관, 무방향성 전기강판, 송유관 등 총 16개 철강제품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거나 조사 중에 있다.

이는 미국에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 인한 현지 업체의 피해를 막기위한 조치다. 중국만 겨냥할 수 없어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 생산국까지 제재를 가하게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은 철강재뿐만 아니라 ▲폴리에스터 단섬유사 ▲다이아몬드절삭공구 ▲유압식 변압기 ▲세탁기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판정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미 상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중국산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각 111.09%, 49.88%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조치는 오바마 정부에서도 경제 보호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 차례는 어디일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이유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DB>

힐러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따라서 이미 보호주의를 천명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신고립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잇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공화당의 보호주의 노선을 팽개치고 의회를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미국의 보호주의 강도는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수 있지만 그 기조가 쉽게 약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최 초빙교수는 "미국은 이미 지난 2008년이후 신고립주의 노선을 드러내진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8년만에 정권이 바뀌면 어느 당 후보가 집권하든 신고립주의 노선을 더욱 심화시켜 경제적 패권 유지를 위한 보호주의 노선을 지금보다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16년 전세계 철강보호주의는 심화되고 이에 따른 통상 마찰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 활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인증제도, 환경규제 등 기술장벽을 더욱 강화할 수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對)미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이외 새로운 수출지역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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