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5.24 18:09
한국 섬 현황. (사진=한국섬진흥원 주제발표문 캡처)
한국 섬 현황. (사진=한국섬진흥원 주제발표문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대한민국 섬은 인구 감소 가속화와 초고령화 심화로 소멸 위기 1순위에 놓여 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인구가 0.2% 줄어드는 동안 섬 거주 인구는 4.7% 감소했다. 특히 인국 2만명  미만의 유인도는 이 기간 중 10.5% 줄었다. 전북이 16.2% 감소하고 부산은 15.6%, 제주는 12.6% 줄어든 가운데 인천은 유일하게 20.5% 증가했다. 생활편의가 상대적으로 나은데다 소득 측면에서 다른 곳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노인 거주 비율이 높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섬 지역의 노령화지수(14세  이하 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는 291.5명으로 전국 평균(152명)의 두배 수준이다. 여성은 334명, 남성은 251명에 달한다.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 지방소멸지수는 0.23로 도시(1.20)는 물론 농촌(0.34), 연안어촌(0.30)을 통틀어 가장 낮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사라질 곳이라는 뜻이다. 

전국 섬 면적 현황. (표=하혜영 팀장 발표문 캡처)
전국 섬 면적 현황. (표=하혜영 팀장 발표문 캡처)

한국에는 유인도 464개와 무인도 2918개를 포함해 총 3382개의 섬이 있다. 대표적인 섬국가인 일본(총 1만412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육지와 거리가 가까운데다 건설 필요성도 높아 다리로 연결된 유인도가 아니라면 선박으로 들어가고 나와야 한다. 기상이 나쁘면 섬이나 내륙에서 발이 묶이게 된다. 섬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귀해지고 뭍으로 떠나는 청년들이 이어진다면 무인도 신세로 전락할 유인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자치분권시대의 지방소멸방지 및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의원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자치분권시대의 지방소멸방지 및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의원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지방자치학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최로 24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치분권시대의 지방소멸방지 및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는 섬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섬 주민이 아예 사라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담겨 있다.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부산과 대구 5개 지역을 제외한 84개 지역이 일반농산어촌지역"이라며 "특히 섬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전인 2014년만해도 지방소멸위험지역은 79곳이었지만 지난 2월 현재 118곳으로 늘어났다. 228개 시·군·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소멸고위험지역은 45곳에 이른다. 산업화 이후 역대 정권이 수도권에 몰리는 기업과 사람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국가균형정책을 시행했지만 광역지자체 중에서 경기도만이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경기공화국이라고 불러야할 판이다. 이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

한국섬진흥원의 육수현 부연구위원과 이태겸 연구위원은 이날 '지방분권과 지방소멸 대응을 이한 섬관광활성화 방안:스테이케이션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섬이 나아갈 방향으로 ▲기초생활 인프라 보완과 교통소외지역 해소를 통한 정주환경 혁신정책 추진 ▲체류형 관광·맞춤형 산업 활성화 등 산업기반 강화 ▲생활·산업용수 확보와 해양쓰레기 재활용 등 저탄소·친환경 인프라 마련 ▲원격의료·교육과 드론 택배 시행 등으로 스마트 아일랜드 실현 등을 손꼽았다. 섬 주민이 보다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24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치분권시대의 지방소멸방지 및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의원실)
24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치분권시대의 지방소멸방지 및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용호 의원실)

40대나 50대에 비해 섬 여행에 대체로 관심이 낮은 20대에서 '섬 팬덤'을 형성한다면 전반적으로 섬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하루 이상 자면서 머무는 체류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육수현 부연구위원과 이태겸 연구위원은 "주마간산식 경유형 관광 패턴에서 살아보는 관광, 즉 체류형 관광으로 형태를 변화시키면 지역소비와 관광산업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제주, 부산, 여수, 강원 등에서 한 달 살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머무르다를 뜻하는 스테이(Stay)와 휴가를 의미하는 배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인 '스테이케이션' 방안으로 ▲쉼을 목적으로 하는 호캉스와 섬 살이 체험 ▲즐김을 위한 야간관광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삶을 느끼는 커뮤니티 활동 ▲로컬·유기농·슬로푸드 중심의 식도락 섬 관광 ▲업무를 보면서 관광도 병행하는 워케이션 ▲일 하면서 취미를 즐기며 머물기 등을 제시했다. 각 지자체와 공기업, 스타트업 등이 참여 중인 스테이케이션이 가심비와 가성비를 확보하면서 고정 고객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섬와 바다 근처 도시의 체류인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청년마을로 선정되어 공유오피스와 카페,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는 거제 메이커스 캠프. (사진=한국섬진흥원 발표문 캡처)
2021년 청년마을로 선정되어 공유오피스와 카페,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는 거제 메이커스 캠프. (사진=한국섬진흥원 발표문 캡처)

한국섬진흥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하는 모든 형태의 방문객으로 정책적 관점을 전환하고 이들의 수요를 포괄하는 관광산업의 범위와 업종을 발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부처별·지역별로 체계적인 구체적인 로드맵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중장기계획을 통해 섬지역 관광 활성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체류형 관광객의 선호 조사를 통해 매력적인 관광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별 섬의 관광수용능력과 보유 자원을 분석, 섬 네트워크 관광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문객 유입 증가가 섬 주민의 소득 증대와 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이어져 상생하는 관계까지 구축되어야만 성공의 지속성이 유지될  것이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이날 '지방분권시대, 섬 지역 관리 현황과 과제' 발표을 통해 "유인도는 행정안전부가, 무인도는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면서 섬 관련 통계자료의 체계적 수입과 관리가 미흡하다"며 "인구 10인 미만 섬이나 육지와 연결되어 10년이 지난 섬은 섬종합발전계획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하 팀장은 국경지역에 위치하는 이도(離島)를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보호 등을 위해 관리유지하는 일본 정부 사례를 소개한뒤 유인섬과 무인섬의 통계를 연계하고 국가승인 섬 통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할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거제도의 자도인 이수도는 24개 민박집을 통해 계절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1박 3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한국섬진흥원 발표문 캡처)
 거제도의 자도인 이수도는 24개 민박집을 통해 계절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1박 3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한국섬진흥원 발표문 캡처)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중 하나가 지역문화관광 활성화이다. 주위가 온통 바다로 둘러싸여 이국적 정취를 느낄수 있는데다 갓 잡거나 딴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섬이다.

다만 울릉도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섬조차 대부분의 숙박시설이 낙후된데 비해 비용은 내륙보다 훨씬 비싼 실정이다. 이런 약점이 극복되어야만 한번 찾아간 관광객이 체류객으로 변신할 수 있다. 정부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괄해 국가섬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섬 관련 사업 간에 연계성을 제고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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