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유경기자
  • 입력 2016.07.26 18:23

[뉴스웍스=김유경기자] 원정출산. 해외 영주권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 부유층이 외국에 가서 출산하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사회적 지탄을 받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출산하러 ‘원정’ 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수준 높고 체계화된 ‘산후조리원’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중국 매체는 중국 인기 배우 탕웨이가 지난해 서울의 한 유명 산후조리원을 찾아 예약했다고 보도했다. 탕웨이 측이 부인해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우리나라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보도로 볼 수 있다. 2013년엔 일본 인기 배우 코유키가 우리나라로 원정출산을 와서 한 산후조리원에서 지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산후조리원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불임 치료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산모 중에서는 산후조리원 시스템까지 알게 돼 출산 전후로 최대 1년간 산전 검진, 관리, 출산, 산후조리는 물론 쇼핑, 관광까지 아우르는 장기체류형 의료관광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자녀 정책으로 중국서 산후조리원 시장 급성장

중국의 두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국의 산후조리원이 중국 베이비붐을 겨냥한 수혜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자녀 정책에 따라 중국의 신생아 수는 매년 1600만 명에 달한다. 중국산업정보망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산후조리원 시장 규모는 50억 위안(9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9% 늘었고 산후조리원 수는 820여개로 60개나 늘었다. 앞으로 2019년에는 110억위안(약 2조원) 규모에 113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대도시 산후조리원의 이용료는 월 4만~12만 위안 가량(720만~2160만원)이고 6개월 전에 예약해야할 정도다. 중산층 이상 중국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집에서 전문 가정부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비교하면 산후조리원이 더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월 이용료가 100만 위안(1억8000만원)을 넘는 최고급 산후조리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산후조리 업종은 발전 초기단계라 제대로된 표준 규격도 마련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산후조리원 개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역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산후조리원의 시설 및 서비스 우수성, 안전성 등이 널리 알려진데다 산후조리 문화도 중국과 한국이 유사한 점이 많아 중국 산모들이 선호하다 보니 한국 산후조리원은 한국 성형미용의료기관과 더불어 ‘신한류’ 상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전문 산후조리원업체들은 물론 의료기관까지 ‘중국행’이 잇따르고 있다.

순천향대중앙의료원은 올 초 중국 산동성 칭다오 국제경제협력구에 '순천향사무소'를 열고 중한혁신산업단지 안에 80~100병상 규모의 산후조리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순천향대중앙의료원은 산후조리원을 먼저 연 다음 종합병원과 호텔로 사업을 확대할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전 벨라쥬여성의원과 산후조리원은 최근 허베이성에 제4국립병원과 합작법인 설립 협약을 체결하고 산모관리센터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 병원은 본래 산부인과로 중국에 진출했다가 리스크가 너무 커 병원은 접는 대신 산후조리원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도 한.중 양국에서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200억원대 사모펀드에 개인자금을 투자했으며 이 펀드가 투자한 '드라마 산후조리원'이 올해 중국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전문 산후조리원 업체인 YK동그라미는 2011년 중국 장춘 1호점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선양점, 창춘 2호점, 텅저우점, 단둥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월愛(애) 산후조리원도 최근 옌볜에 시월 산후조리원을 오픈했다. 옌볜점은 헬스케어복합상가에 입점해있으며 산부인과가 함께 있어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유 수유 센터, 마사지센터 등은 물론 극장, 카페, 족욕실, 유아 수영실, 골반 교정기 등 한국형 프리미엄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 아시아 여성 산후조리문화 유사성도 한몫

백인계 여성들의 골반은 넓고 둥글어 출산이 어렵지 않지만 아시아계 여성들은 타원형이면서도 좁아 태아의 둥근 머리가 빠져 나오는 것이 무척 어려워 출산 때 더 고생을 한다. 아시아계 여성들은 초산일 때는 30분 정도, 경산일 때는 1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아시아계 여성들은 근육량이 적고 골격과 관절도 작기 때문에 근육 복원력이 약하다 보니 그만큼 회복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 근육량이 적으면 근육이 만들어내는 열도 적기 때문에 외부 온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근육량이 적은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산후 조리 문화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0년 6월 해외진출을 주제로 '10대 유망 중소서비스'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하나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꼽았다. 현지 진출한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합작법인을 신설, 직영점 형태의 산후조리원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임신부터, 출산, 산후조리, 교육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산부인과 병원과의 연계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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