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05 08:00

국민당이 공산당을 이겼다면, 지금 중국의 모습은?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과 대만의 총통 마잉주(馬英九)가 11월 7일 싱가포르 샹그리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조우를 한다.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중국 집권 공산당과 대륙을 상실한 뒤 대만으로 쫓겨 간 국민당 최고 권력자의 만남이라 역사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이 무렵에 재미있는 책 하나가 나왔다. 제목은 <건풍(建豐) 2년-환상 속 새 중국의 역사(新中國烏有史)>. 보기 드문 발상의 소설이다. 제목의 ‘건풍’은 1930년대 중국을 지배했던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蔣介石)의 아들이자 그 후임으로 대만 총통의 자리를 물려받았던 장징궈(蔣經國)의 호다. 

홍콩에서 출판된 최근 화제작

<건풍2년, 환상 속 새 중국의 역사> 표지

소설은 도발적이다.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이 내전에서 승리해 지금의 중국을 다스리고 있다면 어떤 상황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저자 천관중(陳冠中)이 그려내는 상황을 몇 대목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선 지금의 베이징은 이름부터 다르다. 국민당 시절의 이름인 베이핑(北平)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중화민국(中華民國)으로서의 수도는 베이징이 아니라 지금의 난징(南京)이다. 국민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벌써 강대한 국가로서의 꿈을 이뤘을 것이다. 

1949년 내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중국 국민당을 지원했던 미국의 힘에 올라타 일찌감치 경제발전을 이뤄 부유한 중국의 꿈을 현실에 정착시켰으리라는 얘기다. 덩샤오핑 등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여러 주요 인물들은 국민당의 중국에서 쫓겨나 러시아(옛 소련) 등 지역에서 망명생활을 했으리라는 주장도 담는다. 

공산당 집권에서 시작한 1978년의 경제 개혁개방은 국민당 지배에서라면 1949년에 시작해 동남부 연해의 주요 도시들은 지금쯤 세계적인 도시로 변모했으리라는 주장도 담았다. 그러나 국민당 칭송 일색이라면 이 소설이 화제의 작품으로 오르지 못했으리라. 

단서를 이렇게 달고 있다. 국민당 지배의 중국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세력들이 집권당과 더 어울렸을 것이고, 국민당 특유의 철권통치도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주장이다. 홍콩은 아직 영국의 식민지 상태이고, 달라이 라마는 아직 티베트 라싸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책은 지금의 집권 중국 공산당이 먼 길을 돌아왔다고 주장하다. 어쩌면 소설의 주안점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지주에 대한 가혹한 탄압, 반 우파(右派)투쟁의 피바람, 굶주림과 비정상적인 죽음, 이념적인 광기가 몰고 온 폐쇄성 등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공산당과 국민당 최고 지도자의 만남은 그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중국과 대만이 앞으로도 잘 어울릴지 살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침 이런 소설이 나와 홍콩과 대만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누가 옳을까. 그 답은 아직 멀리 있다. 그러나 눈앞의 동북아시아 실세이자, 나름대로 부국(富國)과 강병(强兵)에 성공해 자신감에 차 있는 현재 중국의 짙은 그림자를 얼핏 살필 수 있는 시선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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