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7.31 16:26

용선료 인하가 관건...조건부 자율협약 기한은 9월초로 연장돼

<사진제공=한진해운>

[뉴스웍스=한동수기자]  7000억원.

한진해운과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운명을 가를 7000억원을 놓고 ▲한진그룹 ▲채권단 ▲해외 용선사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전세는 한진그룹 쪽이 불리하다.

7000억원의 문제가 풀리면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처럼 구제되고 정상화의 길로 들어 설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법정관리다. 이 경우 3자 모두 적지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바로 이점. 공동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을 앞세워 그동안 채무자 한진해운은 읍소가 아닌 세력균형이 어느정도 보장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채무자의 모습이었다.

채권단은 최근 지지부진한 한진해운 문제 해결을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오는 8월4일로 예정된 조건부 자율협약의 데드라인을 한달 연장했다. 한진해운에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기한은 한 달 연기됐지만 한진해운이 제출하는 자구안 검토시한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에게 남은 시간은 늦어도 오는 8월 10일 전후의 시한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점점 긴장감이 감도는 쪽은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의 절차를 밟게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한진해운과 모기업인 한진그룹, 그 가운데에서도 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짊어져야 한다. 한진해운의 운명을 가를 8월이 성큼 다가왔다.

마(魔)의 7000억원

한진해운에 얽혀있는 돈 문제는 복잡하다.

한진해운의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빌려서 사용한 선박에 대해 지불해야할 ▲용선료와 배를 건조하기 위해 은행권으로부터 가져다 쓴 ▲선박금융 빚이 한진해운 앞에 놓인 가장 큰 암초다. 피해 갈 상황은 이미 지났다. 부딪치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31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금액은 최대 1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은 채권단측에 선박금융 부문에서 5000억원정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을 전제로 최대 3000억원까지 탕감을 고려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막판 한진해운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채권단이 선박금융부문에서 5000억원을 절감시켜 준다면 남은 금액은 7000억원이 된다.

이에 한진해운의 모기업인 대한항공(한진해운 지분 33.23%보유)은 최대 400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재 3000억원이 모자란 상황이다.

한진그룹이 미적미적한 이유

현재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지원에 나 설 경우 돈줄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7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끌어오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 기저효과로 실적이 저조했으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놀랄만하다. 에프앤가이드의 추정치를 보면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기간대비 61.63% 증가한 4912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에 4000억원이 아닌 7000억원을 지원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얽히고 설켜있다.

7000억원을 쏟아 붓는다고 한진해운의 정상화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한진해운으로 인해 대한항공마저 붕괴될 수 있다. 한진해운에 지원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하락은 이미 예고돼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실패한다면 한진그룹측의 한진해운 자구안은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용선료 2조6000억원 인하협상은

2조6000억원은 한진해운이 당장 내야 하는 돈은 아니다. 앞으로 3년6개월간 지불해야할 총액이다.

용선료가 갖고 있는 딜레마는 채권단의 자율협약 조건이다. 현대상선처럼, 또 형평성을 위해채권단은 (한진해운이)용선료 인하협상을 성공해야만 어느정도 자비를 베풀겠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3년 반동안 지불해야할 용선료를 어느정도 깎아야만 자율협약이 정상가동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선료 협상은 진행 중이다. 한진해운은 30%정도 인하(금액환산 약 7800억원)를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거래한 용선주들 가운데 약 27%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캐나다국적의 시스팬은 입장이 다르다.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진해운측이 요구하는)어떠한 양보에 동의하느니 선박을 철수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까지 용선주들에게 인하여부 의견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채권단으로부터 조건부 자율협약 기한을 9월초까지 연기는 이끌어냈다.

늦어도 이달안에 용선료 인하 여부가 확정돼야 한다. 용선료 인하협상없이 자구안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갈 경우 대한항공 손실액도 7000억

해운업계에서는 용선료 협상만 진전된다면 대한항공은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 7000억원이 아니라 1조원까지라도 자금을 끌어모아 한진해운에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가 대한항공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3.23%는 휴지가 된다. 취득원가로 계산할 때 26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또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영구채 등2671억원 어치를 발행했다.(영구채는 원금은 받지 않고 기업이 존속하는한 영구히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금융투자금 주요 내역 

<자료제공=대한항공, 하이투자증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 채권도 휴지가 된다. 대한항공이 짊어져야할 지분투자와 채권투자손실액을 합치면 5291억원이다.

이외에 한진칼이 보유한 한진해운의 미국과 EU등록 상표권(약 1113억), ㈜한진이 보유한 한진해운의 아시아 역내 일부 노선의 영업권(621억)등도 휴지조각이 된다. 이를 감안하면 그룹차원의 손실액은 7025억원으로 추산된다.

채권단(국민, 우리, 하나은행) 역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간다면 추가로 쌓아야할 충담금이 190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7000억원을 쌓아놓은 바 있다. 이를 합치면 8909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결국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한 한진그룹이 백기를 들고 지원에 나서 법정관리는 피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다만 조건은 용선료 협상이다. 용선주들도 이 같은 한진해운의 상황을 인지하고 시간끌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30% 인하에서 물러선다면, 현대상선 수준의 21%인하 정도에서 협상이 체결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에 한진해운은 오는 8월 중순이내에 ▲용선료 협상 완료 후 ▲대한항공의 7000억원대 지원 약속 등을 발표하면 현대해상과 같이 빠르게 정상화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용선료 인하에 실패할 경우 한진그룹은 7000억원대 손실을 보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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