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유경기자
  • 입력 2016.08.04 15:51

[뉴스웍스=김유경기자]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설과 관련 보도를 줄줄이 내보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와 괴담을 통해 '한류(韓流)'를 '한류(寒流)'로 만들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연예산업이 첫 보복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광전총국은 지난달 26일 한국 스타와 콘텐츠의 규제를 담은 비공식 지침을 각 위성 방송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침에는 아이돌의 중국 활동 금지, 신규 한국문화산업회사 투자 금지, 한국 아이돌그룹 1만명 이상 공연 불허, 한국배우 출연 중국 드라마 제작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등으로 한국의 수출상품을 직접 규제하기 어렵다 보니 한류 제재 같은 방식으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돌변한 태도로 인해 상황이 실제로 이렇게 흘러갈 경우 중국과 문화 콘텐츠 수출입 규모가 연 3조5000억원인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로서는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관영 매체는 ‘사드 반대’ 여론몰이· 인터넷선 혐한 기류 조성=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판은 4일 사설에서 "사드로 인한 중한 관계 경색은 한국 연예 산업의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면서 "중국 내 한류 스타의 활동 제약에 대해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류 스타가 사드 배치의 희생양이 되더라도 이는 중국 때문이 아니다. 현재 중국에서 한류의 어려움은 한국이 스스로 자초했다"면서 "중국의 많은 네티즌은 국가 앞에서는 우상도 없다고 말할 정도인데 사드 배치의 압박 속에 중국 젊은이들이 어떻게 한류 스타를 보면서 즐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는 이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6% 이상이 최근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28만명이 참여한 이 조사는 댓글만 11만건에 달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면서 '애국심이 오락을 앞선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한류 스타 팬미팅·콘서트·드라마 출연 취소 등 잇따라

한류 스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확실한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류 스타들의 팬미팅이나 콘서트가 갑자기 취소 또는 연기되는가 하면 드라마 출연이 무산되면서 엔터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행사 연기와 취소 사태는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의 경우 중국 당국이 한류 콘텐츠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중 동시방송 중인 KBS TV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들의 중국 팬미팅이 돌연 연기됐다. 제작사 삼화네트웍스에 따르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우빈과 수지가 참석하는 팬미팅이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3일 행사 주체인 유쿠(優酷)로부터 연기 통보를 받았다"며 “유쿠 측은 '불가항력의 이유'라고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와썹’도 중국 콘서트와 행사 일정이 취소됐다.

소속사 마피아레코드 측은 "5일 중국에서 열리는 3만 명 규모의 쑤첸시(宿迁市) 20주년 빅스타 콘서트와 9월 4일 행사 일정이 잇달아 취소됐다고 주최측으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배우 유인나는 현재 중국에서 촬영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의 여주인공인 유인나는 김병수 PD와 함께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상애천사천년2 : 달빛 아래의 교환'을 촬영하고 있는데 촬영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중국 제작사가 중국인 여배우를 급히 캐스팅해 재촬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아직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게 없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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