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8.10 14:54

13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1110원대 붕괴

<사진제공=KEB외환은행>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는 원화 강세 현상이 수출 둔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산업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모처럼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원화 강세 현상의 진단은 이미 내려졌으나 마땅한 처방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독일‧일본‧대만을 환율 관찰(monitoring list)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하고 심층분석(enhanced analysis) 대상국으로 지정된 것이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 셈이다.

원‧달러환율 연중고점比 -12%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말 1177.50원으로 마감했으나 올 들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공세가 이어지고 경상수지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지난 2월25일 1241.0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이 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환율 하락(원화강세)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신흥국 중심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기 시작한 시점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지난 4월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를 결정하면서 외국인자금이탈로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 7월 외국인 순매수자금은 연중 최대치인 4조216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심화돼 9일 장중 달러당 1110원대마저 무너졌다. 달러당 1110원대가 깨진 것은 지난해 6월22일이후 처음이다.

이날 장 중 기록한 달러당 1093.80원은 연중 최고치 대비 11.86% 하락한 수치다.

외국인 투자확대=원화가치 상승 

브렉시트 결정 이후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통화는 달러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직후 이들 국가는 약세를 보였으나 5월로 접어들면서 강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에 의한 경제적 충격이 영국인근 국가들에 집중되고 여타국가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유럽에서 이탈한 자금이 오히려 신흥국 증시로 몰려들면서 통화안정내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수석연구원은 또 “세계 주요국가들이 기준금리 인하내지 동결로 방향을 잡으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해외 거물급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것도 원화 상승의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한 것도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입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원화가치, 주요 통화대비 일제히 상승

지난해 말보다 8월5일 기준, 원화는 달러대비 5.2% 상승했고 유로화대비 3.3%, 중국 위안화보다 7.6%나 높아졌다. 영국 파운드화 대비 18.8%나 급증했고,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대비 각각 15.2%, 5.8% 하락했다.

이 가운데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원화와 중국 위안화와의 연계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위안화는 소폭이지만 가치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 강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원‧위안화 환율은 180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16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위안화가 160원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9월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중국 위안화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은 중국 증시와 경제지표가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변동성이 줄어든 반면,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자들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수출경쟁력 약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원화 가치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다.

수출이 19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기업들의 마진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 중국과 경합 중인 수출 품목들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이면서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당장 조선업계를 비롯한 IT, 자동차, 생활가전 등 일본과 경합중인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238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일본의 수주잔량 2213만CGT와 격차는 174만CGT에 불과했다. 이는 13개월만에 최저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클락슨은 올 하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의 추가 선박수주가 없을 경우 연내 일본에 수주잔량이 추월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본이 엔저기조를 유지하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낮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 약화와 함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저유가와 환율상승 덕분이었는데, 이런기회조차 이제는 점차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안정 대책 마련해야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게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따라서 달러당 1110원대마저 붕괴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외환시장에 공급초과를 완화시키면서 환율을 안정(원화상승)시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공적 연기금을 활용한 해외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시장에 쌓인 외화를 국외로 빼내는 방법이 가장 실효성있는 환율 안정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수시장 확대와 경상수지 흑자 폭을 단기간에 걸쳐서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원화 절상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으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국의 강(强)달러 기조 유지, 미국 대선 등의 이벤트가 남아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