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8.10 18:54

대탈출(The great escape) 영화 제목이 아니다.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이머징 시장에 대한 전망치가 변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대이주(great migration)’가 화두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대이주’란 기관투자자들이 부진한 성장과 마이너스 금리를 보이는 선진국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이머징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주목할 것은 이머징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의 ‘대이주’ 혹은 선진국 투자자 자금의 ‘대탈출’의 원인이 이전 브릭스 등장 당시처럼 이머징 시장의 잠재적 고성장 모멘텀에 기댄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글로벌 ‘대이주’ 혹은 ‘대탈출’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첫째,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이다. 연 7~8%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연기금들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선진국에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이머징 시장 투자를 통해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이머징시장의 강력한 투자 매력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보다는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자금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FT 기사 내용에 따르면 선진국 경제는 통화완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시에 통화완화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국채의 약 30% 이상은 마이너스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둘째, 브렉시트 쇼크이다. 브렉시트,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대선 이벤트 및 테러 등으로 선진국내에서도 금융시장을 흔드는 충격이 빈발해지면서 선진국 시장이 무조건 안전한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의 ‘대이주’ 혹은 ‘대탈출’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중이다.

마지막으로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지연이다.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 성장 매력보다는 미 연준의 정책 스탠스, 즉 저금리 기조 지속이라는 통화 정책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일련의 ‘대탈출’ 혹은 ‘대이주’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이머징 금융시장은 선진국 금융시장에 비해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선진국 채권시장의 규모는 약 12조달러 규모지만 이머징 채권시장 규모는 8,000억 달러 규모이어서 이머징 채권시장이 선진국 채권시장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또 이머징 경기는 선진국 경기 흐름에 좌우될 수 밖에 없고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에도 불확실성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금의 ‘대탈출’ 혹은 ‘대이주’ 현상은 당분간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들어 이머징 경제 펀더멘탈이 완만하지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탈출의 연장선에서 원화 흐름을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7원 하락한 1,095.4원으로 마감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선을 밑으로 하락하였다. 13개월만에 최저치이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더불어 수급여건이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제재 등 보호무역주의 분위기 확산 역시 원화 강세 압력으로 지적할 수 있다. 특히 환율조작국에 제재를 할 수 있는 BHC 법안이 발효되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시 하락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서 지적한 글로벌 자금의 ‘대탈출’ 혹은 ‘대이주’ 연장선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를 전후로 국내 주식시장으로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 역시 글로벌 자금의 ‘대탈출(=대이주)’ 영향권하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대선 이벤트 역시 글로벌 자금 및 원화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약하면 미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시그널이 감지되기 이전까지 글로벌 자금의 ‘대탈출(=대이주)’ 현상이 지속될 여지가 있고 이는 이머징 자산가격의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이머징 시장내에서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 원화 자산도 글로벌 자금의 투자 대안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이머징 경기, 특히 중국 경기회복 시그널이 감지될 경우 원화에 대한 강세 기대감은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화 강세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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