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6.08.15 14:30

[뉴스웍스=최안나기자] 정부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시중은행 단속을 강화하자 농협과 수협 등 상호금융권의 대포통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 중앙회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 정지된 대포통장은 모두 2만1555개로 작년 하반기보다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은행권 대포통장은 1만5932개로 전기보다 5.3% 감소했지만 상호금융권 대포통장은 3173건으로 13.4% 증가했다. 

검찰, 경찰, 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6591개로 작년 하반기보다 24.9%의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해 신용등급을 올려준다거나 편법 대출을 받아주겠다면서 돈을 뜯어내는 대출빙자형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1만4964개로 12.6% 증가했다. 

신규 계좌보다는 기존에 이용하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설 후 5일 이내에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계좌 비중은 4.9%였다. 반면 계좌를 개설한 지 1년이 넘은 대포통장 비중은 63.3%로 작년(55.7%)보다 커졌다. 신규 계좌를 열 때 금융거래목적을 확인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자 장기간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모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 명의 대포통장은 줄었지만 법인 명의는 증가했다. 상반기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1만2807명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15.5% 감소했다. 반면 법인 명의인은 752개사로 18.1% 늘었다. 유령법인을 세운 다음 법인통장을 만들어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인천지방경찰청은 유령법인 154개를 세워 만든 대포통장 1000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을 붙잡기도 했다. 대포통장 명의인 중 남성은 20대(16.4%), 여성은 40대(9.3%)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대는 취업을 미끼로 급여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거나, 회사 출입증 발급에 필요하다면서 통장과 체크카드 양도를 요구해 걸려든 경우가 많았다. 40대의 경우 거래실적을 올려 신용등급을 상향시켜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통장을 넘긴 사례가 다수 있었다. 

대포통장 개설 수법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특히 취업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구인 광고를 올려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사례가 늘었다. 구인 광고를 본 사람이 전화를 하면 유령법인 서류로 법인통장을 만들어왔을 때 수수료를 주겠다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일본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술과 음식을 접대하고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이들 명의 대포통장을 인터넷 도박 업체에 판매한 조직까지 나타났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작년 이후 급속히 감소하던 대포통장 개설 추세가 둔화돼 앞으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선 상호금융 대포통장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금융 중앙회 차원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포통장이 많이 발생한 상호금융 조합에 대해선 중앙회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인통장을 만들 때는 실제 사업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는 등 은행의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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