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8.18 14:26
일반적인 시위 장면이다.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던 프랑스 1968년 혁명은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자유의 몸부림에서 비롯했다.

1968년 5월 혁명을 아는가? 프랑스 5월 혁명은 권위적인 샤를 드골 정부의 실정과 사회의 모순에 대항한 저항운동으로 시작하여 전국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완고하고 권위적인 교육 체계와 사회문화 질서에 저항한 사건이었다.

처음에 파리의 몇몇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교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로 시작했다. 당시 프랑스 학생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로서 급격하게 학생 인구가 증가하여 대학 정원은 두 배로 늘었지만 시설은 그대로였다. 비좁은 건물, 구태의연한 강의내용과 평가제도, 암기와 주입식 교수법까지 우리나라와 똑 같았다. 게다가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했다.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여기까지도 우리와 똑같았다.

드골 정부는 초기 대학교 데모에 경찰력을 동원해 진압하려고 했으나 진압은커녕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결국 프랑스 전역의 학생과 파리 전 노동자의 2/3에 해당하는 노동자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드골 정부는 군사력을 동원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했지만 결국 이듬해 물러나야 했다.

보통 5월 혁명은 실패한 혁명이라 하지만 사실상 진정한 문화혁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 혁명이 가져온 것은 정치적인 성과라기보다는 평등, 성해방, 인권, 공동체주의, 생태주의 등의 진보적인 가치였다. 동시에 종교 ,애국, 권위나 복종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문화 운동의 시발점이었다.

5월 혁명을 말하는 건 구좌파니 신좌파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논지는 바로 이 혁명의 아름다운 종결에 있다. 혁명은 이미 언급한대로 시작은 학생이 했지만 전국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특이하게도 5월에 시작한 혁명이 6월 말에 끝난다. 너무 짧았다. 생각 같아서는 확 몰아쳐서 완전한 혁명을 이루었어야 좋았을 텐데 총선 이후 흐지부지 끝났다.

그들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은 왜 혁명을 중지하고 총파업을 풀었을까? 이 부분이 이 혁명의 백미이자 진면목이다. 바로 6월 말부터 방학이고 7월부터는 산과 들과 해변으로 바캉스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생들 혁명의 목표는 정치가 아니었다. 학교생활이고 노동환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생활 속 민주주의를 주장했고 지겨운 애국타령이나 종교적 권위를 거부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원했던 것이다. 바로 사람 사는 세상, 인간다운 삶이 혁명의 중심 과제로 삼았다. 때문에 혁명은 자본주의로 허물어져가는 인간적인 모습을 찾고자 했다. 물신주의, 물질숭배, 인간소외에 저항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말이다. 혁명의 모토 역시 “억압 없는 현실원칙”이 관철되는 이상사회, “두려움 없는 최고의 평등한 자유”를 위한 “위대한 거부”였다.

이런 이념을 가진 혁명이었기에 그들은 가장 찬란한 삶인 휴가를 위해 과감하게 파업을 풀 수 있었다. 만약 휴가를 포기하고 파업과 혁명을 계속했다면 혁명이 지닌 인간적인 이념은 퇴색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노동의 목적은 돈도 노동도 아닌 인간적인 삶이었다. 파업 역시 노동이기에 인간적인 삶이라는 목적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노동은 사람다운 삶을 찾기 위한 도구이지 사람다운 삶은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파업을 하고 밤낮으로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자주 본다. 시위를 하며 잠 못 자고 시위장소를 지키는 시위대가 있다. 진정한 파업 시간은 9~6까지 만이다. 그 이상은 야근이다. 진정한 시위 역시 다를 바 없다.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파업이나 시위를 하면서 정작 인간다운 삶을 버린다면 그 파업이나 시위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파업도 시위도 좋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휴가 다녀와서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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