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7.01.13 09:00
시민단체인 예산감시네트워크는 지난 2014년 11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예산안 심의·처리 개혁을 요구했다.<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뉴스웍스=최재필기자] 국회의 예산안 심의·처리과정에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외 선진국의 예산심사 과정은 어떨까.

◆주요 선진국 행정부 예산 관련 보고 의무화

매년 10월 1일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그해 2월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한다. 하원 심의를 거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기한이 6월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4개월 동안 예산 심사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10월 19일부터 시작됐다. 예산심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한달 반에 불과했던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심의할 내용이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행법상 기획재정부는 매년 3월 30일 '예산안편성지침'을 예결위에 보고하는 것 외에는 예산안 제출 전까지 국회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다. 

특히 매년 예산심사 과정을 보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재정정책과 관련한 전망과 대책이 미진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전예산보고제도' 도입으로 재정 투명성 제고해야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개혁자문위원회는 '사전 예산보고 제도' 도입을 제안한 적도 있다.

사전 예산보고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90년대 중반 회원국에게 권고한 제도다. 효율적인 국가재정 관리와 중장기적 재정운용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에 대한 심사와 함께 행정부와 의회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영국·뉴질랜드·캐나다·스웨덴·브라질 등 선진국에서는 1990~2000년대에 사전 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의 사전예산보고서(PBR)는 예산 편성에 대한 의회의 심의 기능이 매우 약한 실정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PBR을 제출한다고 해도 의회가 예산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향상시키고 예산이 확정되기 전 이익집단이 관여할 수 있게 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회 예산안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지는 데는 제도적 한계도 있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예산안 처리 시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예산제도는 예산안을 확정하기 이전에 의회를 통해 경제 및 재정정책 전반에 대한 공개적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공개적 논의를 통해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재정정보의 공개를 촉진하고 그 결과 재정의 투명성을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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