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06 11:02
1945년 국공담판에서 처음 만났던 장제스(왼쪽)와 마오쩌둥. 장제스는 마오쩌둥의 공식 직함을 부르지 않고 자(字)로 호칭했다.

중국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 대만의 총통 마잉주(馬英九)가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연출한다. 이들을 수식하는 직함은 다양하다. 그러나 서로 ‘선생님(先生)’으로 부를 예정이다. 만남에 따른 격식의 문제를 영어 ‘미스터’의 번역어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해결코자 한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 역시 이 세상에 ‘중국’이 있다면 자신이 정통성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국가의 크기, 경제력의 규모, 인구의 과다 등을 따지면 멀리 돌아갈 것 없이 지금 중국이 중국의 대표선수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역사의 곡절, 그 속의 풍파를 거쳐 온 자부심을 따지자면 대만의 국민당도 그 문제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거의 없다. 그러니 서로의 호칭에서 시진핑이 마잉주를 ‘총통’이라 부를 수 없는 노릇이고, 마잉주가 시진핑을 ‘(국가)주석’으로 부르기 어렵다. 

이 문제를 ‘선생님’으로 하자고 했다는 소식이다. 현실적인 힘의 크기를 따지는 냉정한 국제사회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아니지만, 오랜 역사적 경쟁관계에 놓였던 둘 사이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런 소절(小節)이 어쩌면 그동안 중국과 대만 사이 정부 차원의 최고위 회담을 막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남중국해 문제에서 고립의 국면에 접어드는 중국, 중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야당 민진당의 기세에 눌려 고사 직전인 대만 국민당의 전략과 정략적 계산이 맞아 떨어져 약 70년 만의 국공(國共) 최고 정상 회담이 열린다. 

중국의 사실상 지배자였던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공산당의 리더 마오쩌둥(毛澤東)은 생전에 딱 한 차례 조우한다. 1945년 역사적 국공담판 최고위 회동에서다. 그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이렇게 불렀다. 마오쩌둥은 장제스를 ‘웨이위안장(委員長)’, 장제스는 마오쩌둥을 ‘룬즈(潤之)’라고 호칭했다. 

장제스는 항일 국면에서 국방위 최고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은 이래 줄곧 委員長(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다녔다. 장제스가 마오쩌둥을 호칭할 때 사용한 ‘룬즈(潤之)’는 마오의 자(字)다. 그의 이름 중 澤(택)이라는 글자가 만물을 ‘적시다’라는 뜻이 있어 같은 의미의 潤(윤)이라는 글자로 만든 별칭이다. 

아무튼 시진핑과 마잉주는 본인이 자랑스럽게 여길 주석과 총통의 칭호를 잠시 던져버리고 만나기로 했다. 그 만큼 두 사람의 상황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그 기대만큼 많은 성과를 거둘지는 지금으로서는 예측키 어렵다. 

1945년 장제스와 마오쩌둥의 만남도 역시 기대에 부응치 못하는 결과만을 얻었다. 정치적으로 갈라져 심각한 내전까지 치른 사이라서 그렇다. 두꺼운 앙금으로 가라앉은 역사 속의 은원(恩怨)은 맺어지기가 쉬울 뿐 풀어지기는 아주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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