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8.21 10:01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지난달 닌텐도와 나이엔틱이 공동개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출시됐다. 이후 3주 만에 1억203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전 세계가 이 게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스마트폰 너머 현실 세계에 포켓몬을 등장시킨 게임적 특성이 유저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하자면 ‘포켓몬’이라는 지적재산권(IP)과 증강현실(AR)이라는 기술의 시너지가 이번 포켓몬 고 열풍의 진원이었던 셈이다.

AR의 개념, 현황 및 전망을 살펴본다.

구글이 선보인 '구글글래스'. <사진제공=구글>

◆ AR이란…현실에 가상 ‘더하고’, 가상의 현실성은 ‘강화’

‘증강’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증강현실’이라는 단어만 갖고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증강현실은 'Augmented Reality'을 번역한 것이다. ‘augment’는 ‘증가하다’ 쯤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 AR을 일차적으로 번역하면 ‘증가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번역은 ‘증가현실’이 아니라 증강현실로 했다. ‘증강(增强)’은 ‘증가시켜 강하게 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AR을 증가현실이 아니라 ‘증강현실’로 번역한 것은 AR에서 두 가지 핵심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에 무엇인가를 더한다는 점, 그로 인해 무엇인가를 강화한다는 측면이 그렇다.

AR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현실에 가상을 ‘더하는’ 것이 AR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이 무엇을 강화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AR에 기반을 둔 총게임과 일반적인 총게임을 생각해보자. 전자나 후자 모두 총을 쏜다는 가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 게임의 중요 요소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가상의 배경, 가상의 적을 상대로 총구를 향하는 일반 총게임과 달리 AR 총게임은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AR기술을 통해 게임 유저는 상상 속에서나 해봤을 총싸움을 현실 속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AR은 현실에 가상을 더함으로써 실제로는 하기 힘든 행위 등을 마치 실제 현실에서 하는 것 같은 체험을 제공, 가상의 현실성을 강화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K글래스3'

◆ AR, 게임, 방송,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적극 활용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전 세계 유력 IT 기업들은 이미 AR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이미 몇몇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글래스’다. 투명한 글래스 너머 현실세계와 디스플레이의 가상이 상호작용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사생활 침해 및 앱·배터리 부족 등으로 아직 그럴듯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MS에서도 ‘홀로렌즈’를 출시했다. 착용하면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역시 아직 상용화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애플도 최근 메타이오, 플라이바이미디어 등 AR 스타트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R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공간을 인식하고 가상 콘텐츠를 표시해주는 솔루션 ‘T-AR’을 개발한 바 있다. 카이스트(KAIST)에서는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 가상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상 키보드로 타자를 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안경 ‘K글래스3’를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AR을 가장 활용하는 분야는 무엇보다 게임, 방송,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포켓몬 고에 앞서 지난 2009년 소니는 가상 애완동물을 육성하는 게임 ‘아이펫’을 출시했고 닌텐도에서도 카메라로 주변 유령을 볼 수 있는 게임 ‘고스트와이어’를 선보인 바 있다.

방송에서도 특정 대상을 설명할 때 스튜디오에 가상의 이미지를 더하는 식으로 AR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선거방송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AR 기술을 적용해왔다.

KT는 홀로그램 전용관인 ‘케이라이브’를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케이팝(K-POP) 스타들을 AR로 선보이는 ‘K-live 홀로그램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31일부터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홀로그램 뮤지컬로 각색해 상영하고 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3용으로 선보인 AR게임 '아이펫'. <사진제공=소니>

◆ 2020년 AR 매출규모 136조원…“현실-가상 혼동, 개인정보침해” 우려도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Digi-Capital)은 오는 2020년 전 세계 AR 시장의 매출규모를 1200억달러(약 136조원)로 추산했다. 같은 시기에 추산한 가상현실 시장규모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현재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에 국한돼있지만 앞으로는 건축이나 설계, 디자인, 교육, 헬스케어, 연구, 군사 등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서기 IT혁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일 ‘AR 비즈니스 기회’ 세미나에서 “AR 및 가상현실(VR)은 PC, 웹, 모바일에 이어 네 번째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위해서 AR 및 VR 플랫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제작비용 측면에서 보면 VR보다 AR이 훨씬 저렴하다. 또한 AR의 경우 제작도 쉽고 활용하는 것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시장성도 VR에 비해 뛰어나다”며 AR만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AR이 야기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전문가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신기술을 개발·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잠재적인 부작용 등을 최대한 예측, 해결책을 찾아 피해를 최소화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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