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17 09:00

[뉴스웍스=한동수기자] 국민은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 동시에 투표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으로 인해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포퓰리즘은 일정 세력이나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당선)하려는 정치행태다.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정책이 가져 올 미래의 문제점을 도외시한 인기영합주의적 정치 행태다. 120여년전 미국에서 등장했고, 최근들어선 민도가 낮은 국가에서 주로 사용된다

부모가 자녀들의 기분만 맞추기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생활비를 써버린다면 그 가정의 미래는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은 선거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다가 올 미래를 어지럽힌다. 나쁜 것이다. 배격당해야 하고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세금 도둑은 세금을 훔쳐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에게는 예산 심의 권한이 있다. 국민의 세금을 감시하라고 부여된 임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유권자를 호도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세금 도둑인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에 휘둘려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라면 세금 도둑의 공범이다. 경중으로 따지자면 공범인 유권자, 즉 국민의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이 나라 곳간을 제대로 지키려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대표를 뽑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없다.

국가 미래가 포퓰리즘 공약으로 위협받고 있다. 나라 곳간을 지켜야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유권자 눈치나 살피며 표 계산만 하고 있으면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

세금은 공공의 자산이다. 함부로 쓰여서 안되는 것은 물론 이익집단을 위해서만 집행돼서도 안된다.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 과연 우리의 세금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여 쓰이고 있는가.

축제를 빙자한 세금 도둑부터 잡자

보령머드축제가 지난 16일 개막했다. 관광객들이 비오는 대천해수욕장에서 머드축제를 맘껏 즐기고 있다. 보령머드축제는 지방축제 가운데 성공한 축제로 손꼽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보령시>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지방재정 365(lofin.moi.go.kr)’에 따르면 해마다 전국에서 열리는 광역시(예산 5억원이상 기준), 기초단체(예산 3억원이상) 축제는 361개에 달한다. 매일 한 개 꼴로 전국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2016년 7월 말 현재, 이 보다 예산이 적은 전국 축제를 모두 합치면 1만5240여건에 달한다. 지자체끼리 서로 겹치고 중복되는 행사도 한두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소비되는 혈세 규모는 연간 1500~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혈세를 사회적 기회비용으로 제대로 활용한다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규모다.

중복 축제줄여 예산낭비 막아야

전국에서 하루에 40여건씩 축제가 열리다보니, 지역주민들에게 조차 알려지지 않고 끝나는 지방축제도 있을 정도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지방선거철이 다가오면 오히려 축제를 명분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선심성 지역 잔치를 여는 자치단체장들도 있다”며 “아무리 적은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라도 이에 대해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감시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다. 어느 한 지역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가진 축제가 열렸다하면 여기저기서 따라하기에 급급한 축제도 한두개가 아니다. 이런 축제야말로 대표적인 혈세낭비의 사례다.

‘지방재정 365’자료에 따르면 유채꽃 축제가 인기를 끌자, 전국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유채꽃축제라는 이름을 가진 축제는 무려 13개에 달한다. 매년 제주, 서귀포, 부산, 창녕, 양산, 남해, 태백, 경주, 나주, 삼척, 수원, 구리, 서울에서 열린다.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영감을 얻은 얼음낚시 축제도 겨울철에만 무려 12개지역에서 13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평창, 인제, 영월, 홍천강, 가평(씽씽축제, 대성리송어축제 등 2개), 양평, 청평, 파주, 강화, 안동, 무주에서 열린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공업보다는 농업이나 축산업 종사자들의 세금이 주된 수익원이다. 그들의 세금이 새나가고 있다.

지방축제는 지역민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치밀한 계산없이 중복된 축제는 오히려 희소성을 떨어뜨려 경제적 파급효과는커녕 지자체 재정파탄의 주범이다. 지자체단체장들의 포퓰리즘적 축제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행정자치부도 지자체 축제행태에 대해 적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역민은 투표권으로 재정낭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스웨덴이 아니다. 핀란드도 아니다. 스웨덴은 인구 900만명, 핀란드는 460만명이다. 인구가 5000만명을 육박하는 대한민국이 그들의 복지를 흉내낸다면 박원순(사진)서울 시장의 선택밖에 될 수 없다. 2016년. 서울시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이 2000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2000명의 청년실업자들에 한해 월 5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막는 정부와 법적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유권자인 청년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지속성과 형평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것은 포퓰리즘 정치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가 쉬어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에 청년실업자들 가운데 시가 주관하는 취업지원금 대상자에서 조차 낙방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좌절감은 어떠하겠는가.

대선 후보로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을 이용해 덕망과 명예를 얻으려 한다면 민주주의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추가사례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비례대표·사진)은 지난 20일 ‘영유야 보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보육 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국가가 재정을 전액 부담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보육 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경우 보육교사의 인건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계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수백억원의 세금이 투입돼야 할 일이다.

최 의원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회장,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장을 역임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13번을 얻어 극적으로 당선됐다. 각 사회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 주기위한 비례대표이지만, 어린이집 영유아 돌봄을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일 뿐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그동안 많은 세금을 잃었다.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사업이나 비오는날 가로수에 물주기 등은 세금 감시단의 필요성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853억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된 월미은하레일의 차량 10대가 단 한차례의 운행도 못해보고 결국 고철로 폐기처분 됐다 <사진제공=인천교통공사>

인천 시민들의 혈세 853억원이 투입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의 차량 10대가 단 한 차례의 정식운행도 못 해보고 결국 고철로 폐기 처분된다.

지난 2010년 6월 완공된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 탓에 시험운행 과정에서 사고가 속출, 6년간 개통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거액의 혈세만 삼킨 전시성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차량 철거작업은 인천교통공사로부터 시설물 처분 권한을 인계받은 민간특수목적법인 인천모노레일이 담당한다. 

월미은하레일은 2000년대초반 안상수(사진) 전 인천시장때 시작돼 6년만에 1000억원가까운 예산만 잃어버린 후 고철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안 전 시장(2002~2010년)의 당시 시 운영 역점시책은 ‘복지도시실현’이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포퓰리즘을 ‘정의’라고 포장하며 혼동한다”며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법에 따라 설렁탕 가게에 임금을 지원하면 경쟁력 있는 옆 가게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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