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8.30 15:00
이제는 한강 남쪽 서울의 가장 번화한 도심으로 발전한 강남역 사거리 풍경이다. 우리말 속에서 '강남'이 주는 정감은 매우 따뜻한 편이다.

강남이라는 이름, 사실 남산이라는 호칭처럼 흔하다. 우리 땅 곳곳에는 강과 산이 있다. 그래서 시냇물 흐르는 남쪽을 江南(강남)이라 적고, 남쪽에 있는 산을 南山(남산)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강남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 역명을 표시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아울러 서울에도 남산이 있듯이 1000년 고도인 경주에도 남산이 있다. 경주만 그럴까. 전국 방방곡곡 도처에 남산이 있고, 강남이 있다.

그럼에도 강남이라거나, 남산이라고 부르면 뭔가 괜히 마음이 아리아리해진다. 추위에 짓눌렸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세상의 구석구석이 들썩거린다. 봄이 지니는 생명의 기운이 숱한 식생들의 움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런 봄이 오는 길목, 지구 북반구의 동서남북이라는 방위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의 기운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이라고 하면 어딘가 따듯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을 준다. 이 점은 한반도 웬만한 곳의 남쪽에 앉아 있는 남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따뜻한 봄기운, 나아가 삶이 풍족해지는 남녘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우리의 지하철 2호선 강남역도 늘 그런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고, 그에 따라 상업의 기운이 왕성하기 짝이 없다.

2호선의 순환 열차가 쉴 새 없이 들어서고 나가며, 아울러 신분당선이 그에 맞춰 환승을 기다리는 곳이다. 분당으로, 판교로, 그리고 새로 속속 들어서는 신도시로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곳을 물 지나다니는 길처럼 윤기와 활기로 가득 채운다. 청춘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속장소로 떠오른 지도 아주 오래다. 그러니 이곳을 들르면 마음이 괜히 가벼워진다.

‘강남’이라는 이름이 일깨우는 정서는 위에서 이미 말했다. 따뜻함과 설렘, 북적거림 등이 다 들어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면 사람의 기운이 왕성해야 좋다. 강남은 봄의 기운이 먼저 전해지는 곳인 만큼 사람의 기운도 그에 따라 날래진다. 풍수를 믿어서 그렇지만은 않다. 느낌 자체가 아주 좋은 곳이다. 볕바른 곳에 늘 앉아 있는 남산의 정서도 매 한 가지다.

우리 서울의 강북江北은 전통적인 서울의 판도다. 조선의 수도였던 지역이어서 그런지 뭔가 구획이 바르고, 엄격함이 숨어 있다. 광화문 광장, 시청 앞 너른 광장, 고색창연한 왕궁의 행렬이 안정감을 던진다. 그에 비해 강남은 활기가 더 넘친다. 새로 개발한 권역답게 면면이 다 화려하다. 그래서 젊음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곳이 이 강남역일지 모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제가 지닌 생각과 마음과는 상관없이 친구의 뜻에 따라 강남을 간다는 말인데, 주관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도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사실 잘 모르겠다. 기록 어디에서는 한자로 그럴 듯하게 隨友適江南(수우적강남)이라고 적었다. 친구(友) 따라(隨) 강남(江南) 간다(適)의 엮음이다.

그러나 이 ‘강남’이 큰 울림을 주는 곳은 사실 중국이다. 물 건너편의 남쪽이라는 새김은 우리에게도 흔하지만, 그 말이 주는 정서가 크게 일렁이는 곳은 중국이라는 얘기다. 말죽거리와 윗방아다리, 아랫방아다리 등의 양재 역참驛站에 달렸던 세 마을이 들어섰던 이곳 옛 강남역 일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중국에서의 ‘강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2호선 강남역의 이름에서 나타나는 강江은 한강漢江이다. 중국에서의 ‘강남’이라는 경계를 알려주는 강은 장강長江이다. 길이 6300㎞에 이르는 중국 최대의 하천이다. 그 강의 남쪽이 전부 강남? 아니다. 중국 역사와 인문의 전통 속에서 강남이라고 하는 지역은 그보다는 훨씬 작다.

작게는 귤이 탱자로 변한다는 淮水(회수)와 長江(장강) 사이다. 그보다 확대해도 장강 남쪽 지역 중에서 경제가 비교적 발달한 동부 연안 지역이다. 이곳은 물산이 우선 풍부하다. 쌀도 많이 나오고, 하천이 발달해 물고기도 많이 잡힌다. 그래서 이곳을 魚米之鄕(어미지향)이라고 부른다. 물고기(魚)와 쌀(米)의(之) 고향(鄕)이라는 엮음이다. 그러니 생활이 윤택함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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