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09 11:34

신세계 차명주식 운용·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구설

국내 소매업 가운데 유일한 두자릿수 성장세를 과시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의 특허 재승인이 이번 주말(14일)로 다가온 가운데 공교롭게도 기존 사업자는 물론 새롭게 도전장을 낸 사업자까지 오너 리스크를 안은 기업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은 데 이어 서울 면세점에 재도전한 신세계가 지난주 차명주식 운용 건으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사업 자체로도 폭발적인 영향력이 크지만 특히 이같은 오너 리스크를 누가 잘 극복할지 여부에 따라 ‘최후에 웃는 자’가 된다는 점도 이번 특허전의 관전 포인트가 될만하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쓴잔을 마신 후 이번 2차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남대문시장 및 도심관광 활성화를 모토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신세계그룹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주식을 운용한 사실이 불거졌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푸드 임직원 명의로 돼 있던 차명주식 37만9733주를 이명희 회장 실명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으며 금융당국은 허위 공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검토중이다.

이번 입찰전에서 신세계는 서울의 경우 백화점 본점을 후보지로 내세워 지원했고 부산에서도 신세계 센텀시티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해 지원했는데 심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악재가 터져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주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에서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어메이징한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며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지라 이번 악재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점 업계 1위이자 세계 3위인 롯데면세점은 이번 특허 재승인을 앞두고 가장 롤러코스터를 탔던 기업이다. 지난 7월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한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은 총괄회장인 아버지 신격호 회장까지 가세한 형국이 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들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는 있지만 두 형제 모두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언제 어떤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 오랜 적자를 감내하며 30년 이상 사업 기반을 닦아온 롯데면세점은 정부가 재승인 기간을 종전의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면서 그렇잖아도 억울한 측면이 있는데 하필이면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면서 재승인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광복절 사면 때 희비가 엇갈렸던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도 면세점 대전에 가세해 오너 리스크 리스트에 오를만하다.

광복절 사면을 받은 최 회장은 광폭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네트웍스의 워커힐점 수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매출도 부진한 SK로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내세우지 않고서는 23년간 이어온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최 회장의 승부수가 제대로 발휘될지 주목된다.

광복절 사면은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말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1차 면세점 대전 때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특히 한화가 쟁쟁한 유통기업들을 제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배경에는 김승연 회장의 ‘뚝심 경영’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이 면세점 부지를 기존 도심이 아닌 여의도 63빌딩으로 정하고 ‘서울 서부권 균형발전’이라는 논리를 앞세운 것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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