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6.09.09 14:46

"물가는 전기요금 인하로 하방요인 발생"

[뉴스웍스=최안나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우리경제가 대체로 7월 전망한 경로대로 가고 있다"며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이 총재는 당초 전망대로 가고 있다고 밝혀 기존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전기요금 인하로 하방 요인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과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 미국 연준의 연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유의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준금리 하한선도 함께 올라가나. 

▲ 이론적으로 본다면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자금 유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금리는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강세로 신흥 시장의 자금 유출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신용등급이 상향되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견조하다. 이런 것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가계부채 대책으로 2금융권 대출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우려도 있다.

▲ 8·25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가계부채 대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나왔다고 평가한다. 이번 정책과 금융 당국의 점검으로 가계부채 급증세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 비은행권은 수신이 많이 늘어나면서 대출을 확대하려는 영업 전략을 펼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호조로 임대업 관련 개인 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었다.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

-- 가계부채 대책으로 부동산 과열이 꺼지면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건설투자가 늘어나면서 내수 회복을 이끌고 있다. 착공 후 건설까지는 2~3년이 걸린다. 건설투자는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우려를 고려해 나온 결과로 본다.-

-- 최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등 하반기 경제변수가 많다. 성장 경로는 지난 7월에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나.

▲수출의 회복 속도가 부진하지만, 내수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7월 중 개소세 인하 종료의 영향은 있지만 8월에 설비투자가 반등했고 건설투자도 호조세다.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불확실성도 있지만, 종합하면 대체로 전망 경로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전기료 인하로 인해 하방 요인이 발생했다.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해상운임 상승이나 운송 지연으로 일부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제반 조치가 원활히 진행되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 것으로 기대한다.

-- 정부가 국고채 50년물을 발해하는 등 장기물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장기채 금리가 매우 낮다. 

▲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률 곡선도 평탄화됐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 글로벌 요인과 연기금의 장기채권 매입 영향이라고 본다. 장단기 금리 차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장기 시장금리가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금리 하락은 자금조달 비용 감소를 가져와 투자를 촉진한다. 반면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나 자본유출 가능성의 부작용이 있다.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금리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돼 시장안정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면 대책을 모색하겠다. 

--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이 조심스러워 진 것 같다.

▲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당초와 바뀐 것은 없다고 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 기대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예상이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 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대응을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오는 10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 환율은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과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다만 쏠림현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단기간에 커지면 시장안정 차원에서 미세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변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졌다. 변동성 커진 것에 대해 유의해서 보고 있다.

--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내수 위축과 서비스업의 고용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김영란법은 중장기적으로 사회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일부 서비스업 중심으로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이들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현시점에서 효과를 계량적으로 추정하긴 어렵다. 법 시행 이후에 모니터링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점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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