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1.10 15:04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오는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이 열린다. 지난 9월 대법원이 배임죄 적용과 관련,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파기환송 한 후 처음 열리는 공판이다. 이로써 재작년 7월 구속 기소된 이래 마지막 사법적 판단의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28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수출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는가 하면, 메르스 사태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등 좀처럼 밝은 소식을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활성화와 내수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축이 바로 대기업 집단이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대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오너 없는 기업은 ‘선장 없는 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지 여부에 따라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지난 8.15 특별사면 후 광폭행보를 보여주며 경영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오너의 존재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이재현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우리 형법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어디서부터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인지, 단기적 손실 가능성만을 갖고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표적수사에 활용될 소지도 있다. 예컨대 수사 당국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의심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다 뜻대로 안 풀릴 경우, 결국 배임죄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사법 당국이 강력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하면 소위 ‘안 걸릴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기업인들은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촉구하면서 배임죄만은 반드시 개정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당장은 손실을 가져다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이른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전략적 결정을 우리 법체계가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지난 8월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배임죄 완화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미 본인의 과오에 대한 충분한 반성을 했고 건강마저 안 좋은 상황인 만큼, 이제는 경영일선에 복귀해 여생을 기업 살리기, 경제 살리기에 주력한다면 그만큼 이재현 회장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것이다. 또한 보다 합리적인 법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에게 자유롭고 과감한 기업활동을 할 기회를 줘,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사법부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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