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9.09 15:21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메인 스타디움 냐오차오(鳥巢)다. 전통적인 황제의 축선을 12킬로미터 북상시켜 만들었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을까. 적어도 중국의 많은 이들은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커다란 경사로 보는 수준을 넘어, 중국이 제대로 일어섰음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민족의 쾌거로 간주했다. 당시의 올림픽에서 중국인들은 제대로 알아차렸지만,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점이 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베이징의 옛 도시 축선은 약 7.3㎞로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지나, 북쪽의 종루와 고루로 이어지는 데 불과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 축선을 연장했다. 종루와 고루의 북쪽으로 다시 12㎞를 연장해 지은 건축이 바로 올림픽 메인스타디움과 공원이다.

새집을 닮았다고 해서 냐오차오(鳥巢)라고 불렸던 메인스타디움과 물이 흐르는 큐브 모습의 수영장 수이리팡(水立方), 그리고 올림픽 공원 등은 베이징 자금성 정북 방향 12㎞에 있다. 옛 황제의 용맥을 연장해 지은 이 올림픽 공원과 메인스타디움은 과연 무슨 의미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일까.
축선은 황제를 상징했고, 그 황제는 전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축선은 바로 정통(正統)과 적통(嫡統)의 상징이다. 중국 공산당은 황제만이 거닐었던 그 축선을 과거의 유물로 그냥 두지 않고 길이를 늘였다. 이어 그곳에 메인스타디움 등을 지어놓고 베이징 올림픽을 치렀다. 공산당은 그 축선을 다시 활용함으로써 찬란했던 과거 중국의 정통 계승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국내와 국외에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만 그칠까. 결코 아니다.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의 사고에도 그런 축선은 생생하게 살아 숨을 쉰다. 중국 공산당의 강령은 당헌(黨憲)에 해당하는 당장(黨章)에 다 들어있다. 그 중국 공산당 당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을 근간으로…’. 그 뒤를 다시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발전관’이 잇는다. 앞의 셋이 중국 공산당 당헌의 핵심이다. 공산주의 근본적 이념과 그를 활용해 중국 건국에 성공한 마오쩌둥의 사상에,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의 이론을 접목한 구조다. 거기다가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자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정책적 지향을 다시 이었다.
마르크스와 레닌으로부터 후진타오까지 이어지는 게 바로 중국 공산당의 통치 근간이다. 덩샤오핑까지가 핵심 골조를 이루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콘크리트로 녹슬거나 느슨해진 부분을 보완한 모습이다. 이는 중국이 사회주의의 노선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개혁과 개방으로 커다란 전환을 이뤄낼 수 있었던 사상적인 토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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